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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스포츠IN] 같은 종주국...일본 유도와 한국 태권도 차이

일본유도대표팀 감독 부임 초기 30대 중반인 이노우에 코세이 감독.

일본은 유도 종주국이다. 일본 유도는 도쿄올림픽에서 금 9개, 은 2개, 동 1개를 따냈다. 2016년 리우올림픽(금 3개, 은 1개, 동 8개), 2012년 런던올림픽(금 1개, 은 3개, 동 3개) 등 앞선 대회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다. 런던올림픽 부진을 절감한 뒤 과감하게 혁신을 감행한 결과다.

일본은 2012년 11월 대표팀 감독을 이노우에 코세이(43)로 교체했다. 이노우에는 당시 30대 중반이었다. 이노우에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세계선수권에서도 세차례 정상에 오른 최고 선수 중 최고였다. 그는 2009년부터 2년간 일본체육회(JOC) 골드 플랜에 따라 영국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며 과학적 훈련법도 익혔다.

이노우에는 ‘열정, 창의, 성실’을 일본 유도 재건에 필요한 3대 모토로 삼았다. 이노우에가 유도 잡지에 오랜 기간 기고한 글 제목도 ‘초심(初心)’이었다. 이노우에는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에 큰 힘을 쏟았다. 선수들과 누구보다 가깝게 생활했고 패배한 선수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이노우에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으로 혁신을 택했다. 종주국 자존심을 내려놓고 실리주의 전략을 펼쳤다. 세계 선수들이 일본 선수와 맞서 구사하는 ‘지키는 유도’를 극복하기 위해 주짓수, 삼보, 스모 선수와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유도와 유사한 기술을 가진 다양한 투기 선수와 맞붙어 공격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원로들은 심하게 반대했지만 이노우에는 바위같았다. 이노우에는 유도 선수 출신 보디빌더 오카다 다카시를 코치로 영입했다. 오카다 코치는 “고양이를 호랑이로 만들겠다”며 일본식 기술 유도가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력 강화에 매진했다. 이노우에는 승부를 결정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하든 모두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노우에는 지난 8월 “나는 일이 잘못되면 자신만 탓한다”며 “주위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기 때문에 나는 매일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일본유도회도 이노우에 감독 요청에 따라 과거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은 많은 선수를 비롯해 심판 성향까지 연구했다. 평소 지도자 성장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본 코칭 컨퍼런스에 참석해온 강호석 한국 스쿼시대표팀 감독은 “일본유도회가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대표팀에 제공한 영상은 4000건 이상”이라며 “이노우에의 근거 있는 코칭, 고정관념을 깬 전략이 일본 유도가 부활한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유도 선수 출신으로 일본에서 8년 동안 생활하다 지금은 대전에서 세이코츠 유도관을 운영하는 조국 관장은 “일본 대표팀이 몽골 전지훈련을 가는 등 각국 선수에게 모든 걸 배웠다”며 “의무 트레이너가 선수들을 거의 1대1로 관리한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유도국가대표팀이 삼보 선수들고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크로스로드 방송화면 캡처

유도도 태권도 못지않게 전세계에 전파됐다. 국제유도연맹 회원국은 184개다. 태권도경기단체가 있는 국가 수(210개)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진정한 종주국은 세계적으로 종목을 보편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과도 내야 한다. 양궁 종주국은 영국이지만 세계 팬은 한국만 기억한다. 세계 모든 선수들도 한국 꺾기에 혈안이다. 이에 맞서 한국 양궁은 더 연구했고 더 훈련하며 지구촌 최강 궁사 자리를 지켜왔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한국 태권도는 도쿄올림픽에서 은 1개, 동 2개를 땄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대회 이래 첫 노골드다. 전체 8개 체급 중 출전권을 얻은 체급도 6개였다. 태권도가 전세계에 보편화됐고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선수 국적도 다양해졌다. 그런데 이게 한국 태권도가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위로도, 핑계도 될 수 없다. 실력없이는 권위와 위상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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