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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종착역’에 놓인 사춘기 낙서장

영화 ‘종착역’ 공식포스터, 사진제공|필름다빈

■편파적인 한줄평 : 삐뚤빼뚤한 추억.

종착역에 당도한 기차 한 켠에 사춘기 소녀들이 삐뚤빼뚤 낙서해놓은 종이 한 장을 마주했다. 두서없는 메모 속 작은 추억이 샘솟는다. 영화 ‘종착역’(감독 권민표, 서한솔)이 서툴지만 풋풋한 79분을 선물한다.

‘종착역’은 사진동아리에 가입한 중학교 1학년 시연(설시연), 연우(배연우), 소정(박소정), 송희(한송희)가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여름방학 숙제를 위해 끝을 찾아나서는 로드무비다.

맑다. 정제되지 않은 화법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14살 사춘기 아이들의 일상을 그리기 위해 정해진 대사 없이 100% 애드리브를 활용한다. 아역들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심과 이야깃거리가 영화를 채운다.

물론 이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아역들이 극 중 상황의 이해만으로 애드리브를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나가는 두 감독의 역량도 변수다.

결과적으론 절반의 성공이다. 천연 그대로의 동심을 필름에 가득 싣는다. 그 시절 가장 큰 화두이자 난제인 ‘세상의 끝’을 상상하고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내용이 자극 없이 담긴다. 그 나이에 알맞는 유머 코드도 생동감을 더한다. 코로나19로 지친 이라면 톡 쏘지 않고 잔잔한 무공해 이야기가 편안한 쉼터가 될 순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 사이 말이 서로 겹치거나 의미 없는 단어의 반복으로 타이트한 긴장감은 떨어진다. 두서없는 낙서장 같다. 또한 부정확한 발성으로 이야기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보는 이가 답답해할 수도 있다. 두 감독이 현장성에 모험을 걸었지만, 일정 부분에선 작은 디테일들을 놓쳐 아쉬운 결과물이 됐다. 오는 23일 개봉.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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