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잘 키운 효자’를 왜…중국의 ‘게임 옥죄기’

중국 정부의 ‘게임 옥죄기’가 연일 강도를 더하고 있다. 규제의 칼날 앞에 외산과 자국산의 차이도 없다. 가능한 한 모두 수단을 동원해 자국 청소년들이 게임에 접하는 기회를 봉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부터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은 금·토·일요일과 법정공휴일 각 1시간(저녁 8시~저녁 9시)으로 제한하면서, 규제안을 따르지 않는 게임 사업자는 법에 따라 강력 처벌할 것임을 경고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평일 하루 1시간 30분, 주말 하루 3시간으로 제한했는데, 이번 조치는 이를 크게 강화한 것이다.

나아가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텐센트, 넷이즈 등 대표 게임기업을 소집한 회의에서 당분간 신규 게임 승인이 없을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게임 옥죄기는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5억 5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게임산업이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30억7600달러였던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은 2020년 총 154억5000만달러(약 17조원)로 상승했을 정도로 ‘효자 산업’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2년 게임을 ‘11대 중점산업’에 포함시키고 보호·육성해온 데 따른 성과다.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용자가 홍콩을 지지하며 게임속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마인크래프트’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천안문 사태’를 패러디한 모습.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효자로 키운’ 게임산업에 매를 들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시력 악화’ 로 대표돠는 청소년들의 건강문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시력장애를 갖고 있는 5세 이상 인구는 2012년 1억명에서 2015년엔 5억명으로 급증했다. 이 중 근시는 4억5000만명으로 중학생의 70%, 고등학생의 80%가 해당한다. 이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책 마련을 지시한 후, 중국 당국은 ‘학생들의 숙제량 제한’과 ‘게임 규제’를 내놓았다고 알려졌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사교육 산업 규제’와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중국몽’으로 대변되는 ‘시진핑 체제 강화’ 노선을 지적한다.

자국민 특히 청소년들의 사상 통제를 위해 외국 문물의 유입 통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여론’과 관련이 큰 빅테크 산업과 연예계 등이 집중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데, 채팅창을 통해 SNS 기능을 가진 게임 역시 규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게임 이용자 간 채팅창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중국 정부가 게임을 옥죄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실제로 일부 콘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서 천안문사태나 홍콩 민주화시위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환기시켜 중국 정부를 껄끄럽게 만들자 최근 관련 게임의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의 쑨타오산 부국장은 지난 7월 디지털엔터테인먼트산업협회(CDEC)에 참석해 “게임기업은 콘텐츠 제1책임자로서 민족 부흥을 이끌 새로운 인물을 육성하는 데 책임이 있다. 청소년에 대한 콘텐츠 관문을 엄격히 해 스스로 주체적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게임 규제 여파는 국내 업계에도 미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 게임 수출의 40%를 넘을 만큼 국내 업계의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나아가 중국 업계가 규제를 피해 해외 시장 특히 트렌드가 비슷한 한국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