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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국민영수증’은 과연 김생민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KBS조이 예능 ‘국민영수증’ 포스터. 사진 KBSN

소비가 미덕이고 치유이던 시대, KBS2에서 방송된 ‘김생민의 영수증’은 소비의 단맛에만 경도된 수많은 시청자들의 머리에 경종을 울리며 등장했다. 다들 소비를 하던 당시에는 모르던 청구서의 알싸한 맛, 김생민을 필두로 한 진행자들은 그 ‘불편한 진실’을 알리며 금전적인 목표를 위해서는 당연히 생활패턴을 바꾸고 적금도 꾸준히 들어야 함을 역설했다. 그들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시청자들은 많았다. 그렇게 ‘영수증’은 지금 시대 열심히 일하는 ‘개미’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 학생들에게 한 권의 바이블이 됐다.

그 ‘영수증’이 ‘국민영수증’이라는 이름을 달고 부활했다. 거의 4년 만이다. 추석 연휴 전이던 지난 10일 첫 방송됐고 KBS 채널들 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도 방송된다. ‘영수증’의 실질적인 산파 역할을 했던 개그우먼 송은이와 그의 단짝 김숙 조합에 최소한의 비용을 들인 것 같은 단출한 스튜디오도 그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방송의 정체성과도 같던 중심은 달라져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송은이와 김숙이 일구던 팟캐스트 ‘비밀보장’의 한 코너로 시작됐다. 팟캐스트 코너로 시작해 하나의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됐고 지상파에까지 편성되는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 물론 ‘금융 솔루션’이 목적이었지만 프로그램의 핵심은 김생민의 캐릭터에 있었다.

KBS조이 예능 ‘국민영수증’ 한 장면. 사진 KBSN 방송화면 캡처

그는 방송가에서는 알아주는 자린고비였고, 그가 방송에서 ‘절약하라’고 하는 이야기들은 실제 그의 삶과 상당히 일치했기 때문에 영향력이 있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웬만한 금융전문가의 지식과 허리끈을 졸라매는 실생활 그리고 이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치를 겸비한 김생민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보는 영수증과 ‘출장 영수증’ 두 코너를 진행했지만 김생민의 “그레잇(Great)!” “스튜핏(Stupid)!”만으로도 프로그램을 너끈히 이끌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나온 ‘국민영수증’에서는 이 역할을 나눈다. 김생민이 ‘미투’ 국면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돼 하차를 했기 때문이다. ‘영수증’이 좋은 아이템이지만 쉽사리 부활할 수 없었던 것도 김생민의 부재가 컸다. 이번에는 그의 예능적인 면은 비슷한 느낌으로 꼬장꼬장한 면을 갖고 있는 개그맨 박영진이 메운다. 그리고 전문적인 면은 ‘머니 트레이너’로 유명한 전문가 김경필씨가 출연해서 조언한다.

이제 3회가 방송된 ‘국민영수증’은 아직 그 핵심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첫 시즌보다 미진한 편이다. 박영진의 간섭은 연기인 것 같아 아직은 와 닿지 않고, 전문가의 분석은 다른 프로그램의 조언과 유사하다. 결국 ‘김생민의 그림자’를 지워가는 일이 프로그램의 급선무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 그에 맞는 소비와 절약의 미덕은 더욱 유효하다. 단순히 ‘국민영수증’이 정보만 전하는 여타 프로그램과 달라지기 위해서는 확실히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맞는 정보와 예능의 중심을 빨리 세울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가장 적절한 패널을 계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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