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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발기부전·애니메이션·오컬트·잔혹한 액션…한국 드라마의 한계가 사라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2021년 안방극장을 설명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바로 ‘OTT’다. ‘Over The Top’의 약자로 주문형 스트리밍 비디오 정도로 해석되는 이 플랫폼은 한국 드라마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 전국에 깔린 케이블망으로 보는 TV채널과 달리 추가로 구독료를 내야 하는 장벽이 있지만 OTT 플랫폼은 ‘집콕생활’이 강조되는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2019년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 처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인기를 얻을 때까지만 해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줄어든 틈을 타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폭증했다. 2019년 7월 180만명대였던 국내 가입자 수치가 2021년 7월, 2년 만에 800만명대로 늘어났다. 물론 해외 시리즈를 빠른 시간 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OTT 수용자의 폭증은 오리지널 시리즈라 불리는 플랫폼 독점공급 드라마의 증가 때문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유 레이즈 미 업’의 한 장면. 사진 웨이브

특히 그중에서도 국내에서는 ‘로컬 시리즈’로 불리는 국내 제작 작품의 호응이 컸다. ‘킹덤’에 이어 지난해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이 각광을 받았고 올해 ‘킹덤:아신전’에 이어 ‘D.P.’로 한 차례 붐을 일으켰다. 그 열기를 현재의 ‘오징어 게임’이 이어 전세계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드라마로 올라섰다.

넷플릭스 자체의 파격적인 자금지원과 지상파와 달리 표현수위나 소재에 한계가 없는 무한창작의 분위기 그리고 70분물 매주 2부작이라는 살인적인 일정에 시달릴 필요없이 8~9개의 에피소드로 하나의 시리즈를 꾸릴 수 있는 환경은 한국 드라마 제작진의 상상력과 재기와 어울려 또 한 번의 산업 도약을 이끌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한 장면. 사진 티빙

이러한 넷플릭스의 독주에 이미 ‘웨이브’나 ‘티빙’ 등 토종 OTT가 견제에 나섰으며 곧 서비스가 시작되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해외자본들도 국내진출을 준비 중이다. 게다가 KT나 LG 유플러스 등 통신사들도 자체 플랫폼 육성을 목적으로 최근 드라마 판권과 시나리오 구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등 한국 드라마 시장은 TV를 벗어난 또 하나의 ‘총성없는 전쟁’을 준비 중이다.

현재 공개 중인 드라마들 역시 OTT를 중심으로 기존 소재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웨이브의 윤시윤·안희연 주연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발기부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자존감과 결부시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의 좌절과 엮었으며, 티빙과 tvN에서 금토극으로 동시 방송 중인 ‘유미의 세포들’은 실사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의 과감한 결합을 꾀하고 있다.

tvN 수목극 ‘홈타운’의 주요 장면. 사진 tvN

기존 TV 시리즈들의 진화도 과감하다. 이미 수위를 넘나드는 ‘오징어 게임’의 잔혹함에 대결이라도 하듯 MBC 수목극 ‘검은 태양’은 권총이 머리를 관통하는 잔혹한 장면을 수시로 볼 수 있으며, 아예 웨이브를 통해서는 무삭제편을 방송한다. tvN 수목극 ‘홈타운’ 역시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미스터리 기법과 연결하는 장르적 도전을 시도 중이다.

이미 하반기에도 기존채널 외에 ‘쿠팡플레이’나 ‘카카오TV’ 등도 오리지널 시리즈에 과감한 도전을 예고하고 있어 ‘OTT발’ 드라마의 경쟁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계와 한계가 없는 상상력의 전쟁, 시청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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