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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변호사의 알쓸신軍] 단체 카톡방서 ‘도라이’…상관모욕죄 인정될까

부사관인 A는 부사관 후보생으로 초급반 교육을 받고 있었다. B는 초급반 교육생들을 감독하는 지도관으로 당연히 A의 상급자였다. A를 포함한 초급반 교육생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개설해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고충을 토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B는 A등 교육생 일부에게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며 벌점을 부여했는데, A는 목욕탕에 습기가 많다는 지적을 한 B를 대상으로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썼고 이로 인해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되었다.

A의 상관모욕 혐의에 대해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 ‘도라이’라는 표현은 B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한 뒤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선고유예란 그 혐의가 경미한 경우 유죄로 판단하되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특정 기간이 지나 면소된 것으로 보는 제도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A의 행위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나누는 사이버공간에서 B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됐다고 보이지 않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승전)

상관모욕죄는 일반 형법상의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와 달리, 벌금형이 없는 것이 특징이어서 그 위반 사실이 인정될 경우 징역형의 높은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범죄)이고,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범죄)이나, 상관모욕죄는 그러한 제한도 없다.

따라서, 상관모욕죄의 전제가 되는 모욕이라는 것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다양한 상황적 요소를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상관모욕죄가 일반 모욕죄와는 달리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기에 보다 엄격하고 신중한 관점에서 그 성립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A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은 교육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비공개 공간이라는 점, 교육생 상당수가 거리낌 없이 욕설 등 비속어를 사용해 대화하고 있었다는 점, A의 표현이 1회에 그친 점, 도라이라는 표현이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는 점 등을 들어 A의 모욕행위가 극히 경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삼으며, A의 행위를 (상대적으로 중한 형을 규정한) 상관모욕죄에 이르렀다고 보아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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