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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th BIFF] 김소이 “10년간 만든 세 작품, 제 일기장 같아요”(인터뷰)

배우 김소이, 사진제공|김소이

배우 김소이의 10년이 스크린 위에 펼쳐졌다. 초기 연출작 ‘검지 손가락’(2011)부터 ‘리바운드’(2019) ‘마이에그즈’(2020)까지 자신이 감독한 세편의 영화들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서 상영했다. 그는 커뮤니티비프 ‘데이 바이 데이 김소이 배우전-언제나 꿈을 꾸어요’라는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났다.

“10년간 찍은 세 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봤다는 게 감격스러워요. 같이 목도해준 관객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10년간 걸어온 과정이 보이더라고요. 마치 일기장을 같이 읽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김소이는 11일 ‘스포츠경향’에 이번 특별전으로 돌아본 10년에 대한 단상과 앞으로 펼쳐질 40대를 향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피브 ‘데이 바이 데이 김소이 배우전-언제나 꿈을 꾸어요’ 현장 사진.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검지손가락’, 그때 제겐 사랑이 전부였어요”

30대 초반에 만든 ‘검지손가락’은 처음 메가폰을 쥔 작품이기도 하다. 류덕환과 함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수놓는다.

“20대 후반의 감성이 담겼어요. 이번에 보면서 ‘내가 그땐 사랑을 맹신했고 내 인생에서 사랑이 전부였구나’란 걸 알게됐어요. 솔직히 오글거리는 느낌도 있엇고요. 하하. 하지만 그 당시 제 감성을 또 희화화하고 싶진 않은 게, 그 감성은 그때만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이미 지나가버린 시절이라 더 특별하게 와닿기도 하고요. 돌아갈 수 없는 노스탤지어 같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솔직히 ‘흑화’됐죠. 10년간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고, 또 실망과 좌절이 있었으니까요. 사랑이 전부일 순 없지만, 사랑으로 이길 수 있는 게 많다는 소신은 지키려고 노력해요.”

그의 연출작 ‘검지손가락’ ‘리바운드’ ‘마이에그즈’(위부터).

함께 연기한 류덕환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제가 연출법을 잘 모를 때 맨땅에 헤딩하면서 찍은 거예요.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는데 특히 류덕환이 제게 날개를 달아줬어요. 그가 같이 했기에 제가 연출가로서 첫 날개짓을 할 수 있었고요.”

최근작 ‘마이에그즈’는 보다 ‘지금의 김소이’에 가까운 영화다. 나이가 들어 난자라도 얼리라는 엄마의 말에 착안해 만들었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절대로 고민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엄마가 되어야 하는가, 결혼을 꼭 해야 하는가 등이요. ‘검지손가락’에선 사랑이 전부라 노래했고, ‘리바운드’에선 사랑에 상처받아 발버둥쳤다면, ‘마이에그즈’는 더이상 남자를 필요로하지 않는 나를 그리고 있어요. 날 완성시키는 건 ‘누군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내 삶의 길은 내가 정한다’를 담은 영화죠.”

■“40대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과장되거나 독특하지 않고 굉장히 일상적이다.

“아마도 제 삶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런가봐요. 지질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죠. 자신을 제일 미워하기도 하고요. 그걸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만 가는 모습이 하루하루 고민하는 저와도 비슷하죠.”

이번 특별전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는 그다.

“제가 성장하고 꿈꿔온 과정, 그 꿈이 절 형성하는 과정들이 보이더라고요. 자아성찰도 했고, 한단계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죠. 다음 페이지에선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번 특별전을 하면서 스스로 기대하는 바가 커졌어요. 지금도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데 이번엔 ‘로맨스’가 아예 없거든요. 제 관심사가 ‘사랑’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늘 꿈을 꾸는 김소이다. 작은 꿈들이 모여 만든 세 편의 작품을 보면서 또 다른 꿈을 가졌느냐고 물었다. 그는 까르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제 뒤에 저와 같은 길을 걸어오는 후배들이 많아졌더라고요. 데뷔한지 20년이 지나서 그런가, 전 그저 발등 앞 빛만 따라서 부단히 걸어온 것뿐인데 어느새 ‘언니’가 되어있었어요. 제가 가는 길이 쉽지 않고 사회가 말하는 ‘정도’가 아닐 수 있지만 ‘이길도 길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혜수 선배가 한 것처럼 앞으론 그런 ‘언니’가 되고 싶어요. 좋은 선배가 되고 싶고요. 대단한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제 앞의 길을 쓸어준 그 선배들처럼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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