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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확대 속도조절 필요”…공동주택 정전·일자리 급감 우려

“전기차 충전할 때마다 눈치 봐요….”

전기차량(BEV) 보급이 급격히 늘고있는 가운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 BEV 차량들이 사용 중인 ‘충전기 전력’의 안전성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전기차량들이 늘고 있지만 전국 단위 아파트 단지 기준으로 충전기 전력 사용에 대한 안전성, 형평성, 제어방식에 대한 고도화는 미진하다는 지적들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12일 공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통해 신축아파트의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을 0.5%에서 5%로 높이는 등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설치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구축 아파트 경우 역시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 및 ‘충전용 플러그 단자’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문제는 전력 설비가 노후화되거나 설계 용량이 부족한 공동주택들 경우, 전기차 보급 정책에 따라 BEV들이 급증하면 단지 내 ‘정전사고’가 잇따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내 전국 공동주택 2만5132개 단지 중 15년 이상된 주택은 약 56%, 1만3995개 단지이며, 이들 단지 중에서 세대별 설계용량이 3㎾ 미만 공동주택은 32%인 7921개 단지에 달한다. 더욱이 1990년대 시공한 오래된 아파트들은 세대별 전력사용 설계용량이 가구당 적정용량이 1㎾였다가 현재는 세대당 3∼5㎾까지 늘어 ‘BEV’ 충전량 급증이 아니어도 매년 세대별 가구당 순수 전기 사용량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고서는 전기차의 주거용 전력 충전패턴이 주택용 전력 소비패턴과 유사해 퇴근 시간 이후의 주택용 전력 부하를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아파트 주차관제시스템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계절·시간별 차량 입고 현황 분석 결과 기준, 오후 5시 이후 전기차 차량 입고가 증가했고, 이후 충전량은 세대별 자가 전기 사용량 증가 시간대와 엇비슷한 형태로 오르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원활하게 확대하려면 전력 설비 개선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장대석 선임연구원은 “노후 공동주택의 전력설비에 대한 종합조사를 하고 설비 개선의 긴급성 등을 고려한 우선 지원대상을 파악해야 한다”며 “지원 정책의 초점을 변압기, 차단기 등 개별 설비 중심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전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조연맹 등 3개 단체는 전기차를 필두로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속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최근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당초 26.3%에서 40%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쌍용차가 만든 코란도 이모션. 100% 배터리 전기차다. 쌍용차는 코란도 이모션을 계기로 차량 개발 사업체질을 전방향으로 바꿔야만 한다.

자동차 업계 노사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2030년 친환경차 누적 생산 능력은 차량 부품개발 소요년수, 시설 투자 등의 여건을 고려할 경우 300만대 이내”라며 “최대 450만대 이상의 보급목표가 제시될 경우 내연기관 양산차, 부품 산업 내 미치는 영향 등으로 산업생태계가 와해되고 일자리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생산으로 인한 인력 감축 대비 방안,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 지원, 국내 생산 전기차 보조금 제도 신설, 세금 혜택 유지 등을 요구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 보급은 탄소 감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하나의 목소리를 낸 경험이 없는 단체와 노조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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