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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이환범, 미국 CPA 대신 연기 선택…“후회없다”

배우 이환범

“두려움과 떨림, 기대 등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첫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대학로 소극장 업스테이지. 관객들은 하나둘씩 발걸음을 재촉했다. 친구, 연인들은 작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배우는 분장실에서 분장을 마치고 무대의 불이 꺼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불이 꺼지고, 배우는 무대에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불안감을 떨치고 연기에 집중한다.

배우 이환범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했다. 연극 ‘죽어야 사는 남자’(극본·연출 진종현)에서 주인공 ‘혜종’역을 맡았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특정한 단어를 듣는 순간 몸에 야릇한 반응이 생기는 남녀의 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소극장 무대는 관객과의 거리가 좁아요. 배우들의 숨소리,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지죠.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관객들과 배우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코미디 연기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연극이라면 더욱 어렵다. 대사 한마디에 관객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코미디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타이밍에 따라 그 무대가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이환범이 첫 연극 도전작으로 베테랑 배우들도 어렵게 느끼는 코미디 연극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이환범은 “연기를 시작하면서 배우는 관객을 웃기고 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질은 타고날 수도 있지만,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진지하고 사색적인 성격이지만 친구들과 농담하는 것도 좋아한다”면서 “연기를 하면서 좀 더 밝고 가벼운 성격으로 변하는 것 같다. ‘죽어야 사는 남자’를 연습하면서 배우들과 서로 웃기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더 밝은 성격이 된 것 같다. 이번 연극을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환범은 싱어송라이터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학창시절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가수의 꿈을 얘기할 수 없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후 취업준비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를 명확하게 적을 수 없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릴적부터 꿈꾸던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5년 디지털 싱글, 2018년 첫 앨범 ‘내가 바란 건’을 발매했습니다. 첫 싱글곡 제목을 그대로 이어받았죠. 앨범을 내고 활동했지만 홍보가 쉽지 않았어요. 배우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좋아해줄 것 같아서 배우의 길로 들어섰는데, 배우를 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

꽃길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쫓아 험난한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남들이 선망하는 미국 공인회계사를 마다하고 배우의 길로 들어선 이환범.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곧바로 돌아온 대답은 “후회없다”는 단호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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