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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고민사전] 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다

누군가에게 오해받아 본 경험 있을 겁니다. 섭섭하죠. 억울하죠. ‘나를 이렇게 못 믿나?’ 답답하고 화가 날 겁니다. 맞아요. 상대에 대한 믿음이 적을수록 오해가 먼저 작동합니다.

하루 17시간 동안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하는데요. 17시간 동안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옵니다. 누구나 그 화살을 맞습니다. 천재지변과 같은 거지요. 관계는 상처를 주고받는 일임을 인정할 때 내 마음의 상처가 줄어듭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고, 안 받는 사람이 있죠? 상처받을지 아닐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 같아요. 선택의 주체는 나 자신입니다.

세상은 이해보다는 오해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세상은 날 오해할 준비가 되어있다. 당연한 겁니다. 누가 나를 이해해주었을 때 그 사람에게 감사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는다 생각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죠. 그리고 오해가 억울하고 불쾌한 일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해를 거쳐 이해로 가는 과정임을 알면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 믿음을 쌓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오해에서 이해로 건너가는 과정, 그 시간을 우리는 기다릴 수 있어야 해요. 묵묵히 나의 길을 가면 됩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박사도 초기에는 엄청나 오해를 받았던 사람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의학계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따돌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가 ‘성욕설’을 주장하자 ‘섹스밖에 모르는 인간’이라고 오해했습니다. 프로이트가 억울하고 더러워서 연구를 거기서 멈췄다면? 정신분석학은 발전하지 못했겠지요.

보들레르의 <내밀일기>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세상은 오직 오해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다.”

법정 스님도 이런 말씀을 남겼어요.

“누가 나를 치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가 아닌가.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다. 실상은 말 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이다.”

누군가 나를 오해해도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억울해서 흥분한 상태로 대화를 시도하면 중언부언하게 돼서 오히려 상대에게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침착하게 짧게 말하는 용기를 내세요.

‘오해 할 빌미를 제공해서 유감입니다. 5분만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제 진심을 한 번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해했다면 우선 사과할게’와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해한 네가 잘못’이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당신의 진심은 그의 오해보다 강합니다. 오해가 진심을 이기진 못합니다. 나도 누군가를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오해예요’ 풀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면, 들어보고, 물어보고, 그에게 기회를 줍시다. 몰랐던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면,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인간 본성이 그래요. 상대가 진심을 말하면, 받아주고 수용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에요. ‘알고 보면 나쁜 사람 없다’는 말이 진리예요.

오해에서 이해로, 이해에서 화해로 가는 게 소통의 진화입니다. 관계의 성장입니다. 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습니다.

■‘마음치유 안내자’ 박상미는?

더공감 마음학교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수련감독.

공감, 소통, 치유, 회복을 주제로 글쓰고, 강의하고, 다큐를 찍는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마음치유학교’를 연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마음아, 넌 누구니’,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나를 믿어야 꿈을 이룬다-박상미의 고민사전’ 등을 썼다. 유튜브 ‘박상미라디오’ ,EBS 라디오 ‘박상미의 마음 마음’ 진행자이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자다. 출연중인 방송은 EBS ‘인생 파란만장’, SBS ‘언니한텐 말해도 돼’, EBS ‘박상미의 관계상담소’다. 찍은 다큐 영화는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 ‘마더 마이 마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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