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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테인먼트] “긴급구조 S.O.S”…가을行, 단풍에 취해 길을 잃다

상암동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사진제공|강석우

가을 하늘엔 샘물을 길어 놓았고, 가을 산책길엔 색동을 달아 놓았다. 마음에 담긴 하늘과 눈에 담긴 단풍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을이 가을한다. 고개들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하늘인데, 눈을 홀릴 단풍길은 눈을 씻고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가을에 빠진 세상이기에, 그 길 역시 멀리에 있지 않다.

9월말 설악산을 물들인 단풍은, 15일 북한산을 시작으로 수도권을 색의 향연에 줄세웠다. 서울 도심과 고궁 등은 11월에 이르면 그 절정을 맛볼 수 있다.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상암동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사진제공|강석우
상암동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사진제공|강석우
상암동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사진제공|강석우
상암동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사진제공|강석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 메타세콰이어길이 있다. 하늘공원 기슭에서 자유로 바로 옆이다. 하늘공원 입구 매표소에서 7~10분 걸으면 이정표가 보인다. 약 1㎞ 가까이 조성된 이 길은 사계절 언제나 매력적이지만, 그 중에 최고는 가을이다.

군기 바짝 든 것처럼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아는 이 때 쯤이면 갈색으로 물이 든다. 35m까지 자란다는 이 키다리 아저씨는 산책길에 주단까지 깔아놓고 멜랑콜리에 빠진 여심(旅心)을 위무한다.

하늘공원은 곳곳에 가을을 만끽할 산책길을 선사한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억새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이 억새길은 노을과 야경을 만나면 더욱 매혹적이다.

이 길들을 아우르는 ‘월드컵공원 나들길’은 19.3㎞로 매봉산과 난지생태공원,하늘공원,노을공원 등으로 이어진다.

상암동 하늘공원 억새숲. 사진제공|강석우

■남산 둘레길

남산둘레길, 하얏트호텔 방면. 사진제공|강석우
남산 산책로. 사진제공|강석우
남산 산책로. 사진제공|강석우.
남산 산책로. 사진제공|강석우.
남산 산책로. 사진제공|강석우.
복원한 지 얼마 안된 남산 성곽길. 사진제공|강석우.

남산 둘레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다. 10월을 지나 가을이 깊어져 단풍까지 더해지면 가을 하늘과 더불어 가을 정취가 마음까지 물들인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 않았지만, 다행이 둘레길 곳곳에 가을을 맞으러 국화꽃이 먼저 나와 사람들을 반긴다. 그들의 부지런함에 기분 전환으로 답한다. 트레킹족이 그 속살을 간지리는 통에, 남산이 낯부끄러워 그 얼굴은 점점 더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들의 웃음에 스타카토를 찍듯, 낙엽이 리듬을 타고 머리 스치듯 인사한다.

널찍하게 펼쳐진 길에 더없이 파란 하늘과 더없이 고운 가을 남산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가족·친구·연인 등 어떤 조합이라도 이 가을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가을이 채워놓은 조화 속에 그들만의 스토리는 그렇게 채워진다.

둘레길 코스 중에서도 단풍을 보며 걷기 좋은 길은 북측 순환로다. 조용하게 이 계절을 만끽하고 싶다면 야외식물원 코스도 추천할 만 하다. 최근에 복원한 남산 성곽길도 걸어볼 만 하다. 조선 태조때 축조된 서울 남산 성곽은 수령 600년을 넘겼다. 앞서 세종·숙종 때 일부 개축했다.

■송정 제방길

송정 제방길. 사진제공|강석우.
송정 제방길. 사진제공|강석우.
송정 제방길. 사진제공|강석우.
송정 제방길. 사진제공|강석우.
송정 제방길. 사진제공|강석우.

송정 제방길(성동교 ~ 장평교)은 3.2㎞ 길이로 5만9000그루의 다양한 수종이 울창한 수림을 이루고 있다. 송정동은 중랑천 하류에 위치해 있다. 제방길은 성동교에서 광나룻길 제방을 따라 이어져 있다.

은행나무, 왕벚나무, 느티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기에 단풍색도 모자이크를 닮았다. 그 중 압권은 은행나무다. 소복히 쌓인 은행나뭇잎의 금빛 찬란한 카페트가 오늘의 주인공을 당신이라 꼽는다. 제방길 오른 쪽에 숨겨진 작고 좁은 도보길도 있다. 2차례에 걸쳐 이어져 있는 이 길에, 노란 은행잎이 켜켜이 쌓여있으니 샛노란 색감에 폭신함 마저 느낄 수 있겠다. 송정 제방길에서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길이다.

이 곳은 물을 따라 걷는 단풍길로도 유명하다. 다만 동부간선도로와 이어져 있어, 자동차 소음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한 때 자전거 라이딩코스로도 유명했지만 지금은 금지됐다. 자전거 이용객은 송정 체육공원 진출입로를 통해 중랑천 왼쪽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고궁 단풍길

종묘. 사진제공|강석우
창경궁 춘당지. 사진제공|강석우
창덕궁 후원 내 정자. 사진제공|강석우
창덕궁 후원 들어가는 입구. 사진제공|강석우

단풍 황홀경에 빠진 왕처럼 고궁 행차 한번 나서 보심이 어떠실런지. 고궁의 단풍도 산책길에서 빠질 수는 없다. 단풍철이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4대 궁궐과 종묘 등이 시차를 두고 오색빛깔로 둔갑한다.

이 중에도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 춘당지 주변, 덕수궁 대한문~중화문 간 관람로 등이 궁능유적본부가 추천한 단풍 명소다.

‘창덕궁 후원’은 예전에는 숨겨진 정원이라 해서 ‘비원’이라 불렸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정원이라 해서 ‘금원’이라고도 한다. 그야말로 왕을 위한 ‘취향저격 독박 정원’이다.

후원은 창덕궁 전체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해설사와 함께 돌아본다면 족히 1시간 30분은 걸린다. 후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부용지 일원이다. 단연 단풍도 압권이다. 네모난 연못에 동그란 인공 섬이 있고, 부용정(보물 1763호)이 ‘화룡점정’이 됐다.

■단풍, 호수에 접어 나빌레라

국립중앙박물관 거울연못. 사진제공|강석우.
성수동 서울숲. 사진제공|강석우.
성수동 서울숲. 사진제공|강석우

오방색 단풍과 데칼코마니를 이룬 잔잔한 호수의 풍관은 그 자체로 캠버스 풍경화다. 조물주의 조화인 단풍 세상을, 솜씨 좋은 화공된 호수 나으리가 물 위에 판박이로 옮겨놓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을 단상은 패밀리 로드다. 물론 박물관이 주는 어드벤티지로 인해 가족 산책길로 제격이다.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북관대첩비와 경천사십층석탑이 이 곳이 박물관 임을 직관케 한다. 박물관 밖은 맑은 호수와 단풍이 어우러져 도심 속 산책길로 이만한 곳이 없다.

서울숲은 뚝섬 체육공원 일대의 친환경적인 공원이다. 공원 전체에 참나무·서어나무·산벚나무 등 한국 고유종인 104종 총 42만 그루의 나무가 제 키를 자랑한다. 이 넓은 곳에 가을이 차면 그야말로 화려강산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단풍 핫 플레이스’다. 이 곳 중앙호수 주변에서 바라본 단풍 전경은 파노라마가 된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 with hero’가 ‘별빛정원’을 조성했다니, 팬들에게는 그 역시 산책길에 쪼다른 재미를 줄만하다.

이외에도 과천 서울대공원, 석촌호수, 일산호수공원 등에서 물색 가득한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일산 호수공원. 사진제공|강석우
일산 호수공원. 사진제공|강석우
잠실 석촌호수. 사진제공|강석우.
과천 서울대공원 호수길. 사진제공|강석우.
과천 서울대공원 호수길. 사진제공|강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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