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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인간실격’ 세상 모든 투명인간을 위한 위로

‘인간실격’ 전도연
‘기생충’ 송강호
‘버닝’ 유아인

인간의 자격은 무엇일까. 세상이 정한 하나의 틀 속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인간만이 인간의 자격을 갖춘 것일까. 그 틀 속에 들어가지 못하면 그 인간은 실격일까.

JTBC 토일드라마 ‘인간실격’(극본 김지혜·연출 허진호·박홍수)은 성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부정(전도연)과 강재(류준열)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정많은 부자 되라고 지어준 이름 부정. 그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강재는 고객들이 원하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역할대행의 삶을 살며성공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들은 그토록 선망하는 성공한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투명인간’이 되어간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송강호)처럼, 영화 ‘버닝’의 종수(유아인)처럼.

이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에 다가갈수록 존재는 부정되고 투명한 존재가 된다. 기택은 박사장(이선균)의 언저리에서 기웃기웃하지만 그의 존재는 부정된다. 종수는 벤의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하지만 벤의 친구들은 종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박사장과 벤의 친구들에게 기택과 종수는 그들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다.

기택은 박사장(이선균)을 흉기로 찔러 죽임으로써, 종수는 벤(스티브 연)을 불태움으로써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자격’에 대한 항거를 표시한다. 세상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표현해보지만 커다란 벽에 부딪쳐 메아리로 돌아와 흩어진다. 그러한 분노와 좌절은 차곡차곡 쌓여 폭발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많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 속에 옭매여 자신의 자격을 판단한다. 옴짝달싹할 수 없다. 부정의 말대로 사는게 창피하고 사는게 지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이어진다. 부정의 아버지는 딸이 유명작가가 아니더라도 언제나 부정을 지지지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부정은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강재에게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꺼내며 위로를 받는다. 우리는 그런 부정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성공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것을 규정하는 주체가 문제일 뿐이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그 틀 속에 가두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나지 못한다.

로마시대 철학자 세네카는 “행복은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부정은 자신을 부정함으로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세상의 틀 속에 살아가는 온전한 인간에게만 인간의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분노, 절망을 통해 스스로를 깨부수어야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

기택처럼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어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든, 종수처럼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규정하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셔츠를 벗어던짐으로써 자신의 삶을 살아가든, 우리 모두는 선택을 해야한다.

부정, 기택, 종수는 타인이 규정한 인간실격이라는 틀을 벗어나 스스로에게 인간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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