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봉주 쾌유 기원 전국민 마라톤, 외국인도 참가 "대한민국 영웅 빨리 낫기를"

빌엘 쿠레이시(왼쪽), 지산 쿠레이시가 최근 한강변에서 함께 뛴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원인 모를 병마와 싸우고 있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1)를 돕기 위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힘을 보탰다.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빌엘 쿠레이시(45) 등 국내에 사는 인도, 파키스탄 사람 네다섯 명은 주말마다 한강 등에 모여 이봉주 쾌유 기원 배번호를 달고 함께 달린다. 이봉주 쾌유 기원 전국민 랜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람은 지금까지 1000여명이다. 외국인 참가는 이들이 처음이다.

대회 참가는 한국에 온 지 12년째인 쿠레이시 서경대 교수가 제안했다. 쿠레이시 교수는 “외국인 10명 정도 모여 캠핑, 식사, 등산 등을 하는 모임이 있다”며 “이번에는 마라톤을 하기로 하고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쿠레이시 교수는 “이봉주는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걸 알았다”며 “지금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응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많은 기념품을 주는 다른 대회도 많았지만 우리는 의미있는 대회에 참가하기를 원했다”며 “우리가 낸 돈 중 일부가 치료비로 쓰인다는 취지가 좋아서 모두 흔쾌히 동참했다”고 말했다.

쉐자드 아흐메드(30)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4년째다.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대학교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흐메드 박사는 “이봉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대단한 선수가 몹쓸 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니 안쓰럽다”고 말했다. 아흐메드 박사는 달리기 마니아다. 3개월 전 결혼한 아흐메드 박사는 “지난 1년 동안 달리기,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15㎏을 감량했다”고 말했다.

살림 칸(왼쪽), 쉐자드 아흐메드가 최근 한강변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모하마드 하산 베이그(36)는 인도 사람이다. 한국에 온 지 7년이 됐다. 지금은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팀에서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이그 박사는 “이봉주 처음 잘 몰랐는데 친구 말을 듣고 알게 됐다”며 “얼른 회복해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그 박사는 “한국에 있는 동안 10개 가까운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고 올해는 이번이 네 번째”라며 “10㎞를 57분 정도에 뛴다”고 말했다. 베이그 박사가 러닝을 리드한다.

살림 칸(40)도 인도인이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 칸 박사는 “평소에 달리기를 많이 하지 않아 천천히 달리고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10㎞를 완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박사 학위를 갖고 있고 지금은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단다.

이들은 “한국에서 오래 살면서 한국에 애정도 많이 생겼고 한국 사람들이 마치 내 나라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영웅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달리면서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뛰고 싶은 의욕이 더 생긴다”며 “한 번 뛰고 마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자주 모여서 올해 안으로 여러 번 더 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봉주 쾌유 기원 랜선 마라톤대회는 한국실업육상연맹이 주최하고 부천시육상경기연맹이 주관한다. ‘먹는 링거’ 옥타미녹스가 후원을 맡았다. 행사는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 참가비 2만5000원 중 5000원이 치료비로 이봉주에게 직접 전달된다. 참가자는 페이스메이커 인증 메달, 배번호, 옥타미녹스 1박스, 김치유산균 1박스, 페이스메이커인증서 겸 기록증을 받을 수 있다. 참가 신청은 대회 공식 홈페이지(bjlee.co.kr)를 통해 하면 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