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을 처음 방문한 이강인(20·레알 마요르카)이 자신이 가진 양날의 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탁월한 공격력을 갖춘 그의 발 끝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호령하고 있지만, 조금 더 다듬어야 하는 수비력은 소속팀을 수렁에 빠뜨렸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강인이 더 높은 위치로 올라서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강인은 지난 23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2021~2022 프리메라리가 10라운드 발렌시아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는 이강인이 발렌시아를 적수로 만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강인은 2011년 발렌시아 입단 테스트에 통과한 이래 10년 넘게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러나 그는 성인 무대에서 만족할 만한 기회를 얻지 못해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레알 마요르카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직전 경기까지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던 이강인은 친정팀을 상대로 맹활약을 별렀다.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강인은 전반 32분 팀 동료 앙헬 로드리게스의 선제골을 도왔다. 발렌시아의 오른쪽 측면을 헤집는 드리블 돌파와 수비 빈 틈을 찌르는 크로스 모두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시즌 첫 골을 기록한 것에 이어 2번째 공격 포인트였다. 기세가 오른 발렌시아는 전반 38분 상대 자책골까지 더해 2-0으로 달아났다.
다만 수비에서 지나친 의욕은 옥에 티였다. 이강인이 미드필더로 중앙과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수비에 기여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방법과 세기에 문제가 있었다. 이강인은 전반 31분 호세 가야와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팔꿈치를 휘둘러 첫 경고를 받았고, 후반 10분 다니엘 바스의 정강이를 가격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됐다. 이강인의 뼈 아픈 실수이자 레알 마요르카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레알 마요르카는 수적 열세 속에 상대 공세를 잘 막았으나 종료 직전 2골을 내주며 승점 3점이 아닌 1점에 만족해야 했다.
루이스 가르시아 레알 마요르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이강인에게 실수하지 말고 조심해달라고 당부했지만 퇴장이 나왔다. 이강인도 그런 반칙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