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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오재일 영입이 삼성 선수들을 깨웠다

삼성 오재일.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지난 23일 대구 KT전에서 4-0으로 승리하며 121일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정규시즌 막판 멀어져보였던 1위 자리를 현실로 만든건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

시작은 2021시즌을 준비하던 지난 겨울로 거슬러간다. 삼성 선수들은 자신의 각오를 밝히기 앞서 오재일의 이름을 반드시 거론하곤 했다.

주장 박해민은 “재일이 형이 두산에서 이기는 DNA를 가지고 있지 않나. 우리 선수들도 그 DNA를 받아서 독하게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고참급 내야수 김상수는 “우리 팀에 플러스 되는 요인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도 “오재일 덕분에 선발진 로테이션만 제대로 소화해준다면 해볼만 하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오재일에게 약했던 원태인도 “평균자책이 0.5는 내려갈 것”이라며 웃었다. 오재일은 원태인에게 타율 0.615 5홈런으로 아주 강했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선수 한 명이 팀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 한 명의 영입으로 팀이 지향하는 메시지를 모두가 알 수 있었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건설했던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해 12월 삼성은 제일기획으로 이관됐다.

이관된 시기부터 삼성은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2016시즌 10개 구단 중 9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이후에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8년 6위를 기록한 게 최고의 성적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과거 삼성은 적극적인 투자로 ‘돈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구단의 투자가 소극적으로 변했고 성적과 연결됐다. 2017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를 4년 80억원에 영입했지만 이 외에는 ‘최대어’ 영입은 거의 없었다. 때마침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겪으면서 암흑기도 함께 시작됐다.

지난 시즌 삼성은 팀 타율 0.268로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라이온즈파크는 타자친화적인 구장이지만 홈런은 129개로 7위에 그쳤다. 지난해 삼성은 4번 타자를 찾는데에만 한 시즌을 다 써버렸다. 한 시즌 동안 삼성이 내놓은 라인업은 137개나 됐다. 반면 마운드에서는 데이비드 뷰캐넌이 15승을 쌓고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이 보였던 삼성이었기에 타선의 보강이 절실했다.

2020시즌을 마치고 삼성이 타선을 보강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은 오재일이였다. 삼성은 비시즌을 시작하자마자 오재일의 영입에 뛰어들었고 4년 총액 50억원을 안기며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삼성은 이후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도 영입했다. 오재일의 영입이 1차 전제 조건일 정도로 비시즌의 모든 플랜은 그에게 맞춰있었다. 오재일은 한국시리즈에서만 36경기를 소화하는 등 가을 야구의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효과도 확실했다. 삼성의 올시즌 팀 타율은 0.268로 롯데(0.279), 두산(0.269)에 이어 3위다. 천적에 무너졌던 원태인은 26경기에서 14승(7패)를 올리며 토종 에이스로 떠올랐다.

프로스포츠팀에서 투자는 기대치와 맞물린다. 최근 몇년 동안 구단이 보여줬던 움직임과 달랐던 오재일의 영입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역할을 한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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