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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나 혼자 산다’ 허항PD “시청자 공감도 얻으면서, 실험도 하고 싶어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연출자 허항PD. 사진 MBC

2013년 3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는 육아 예능이 관찰 예능의 중심으로 번성하던 시절, 그 시선을 ‘1인 가구’로 본격적으로 돌린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육아 예능의 단점이었던 과한 협찬, 설정 그리고 스타 가족에 대한 노출을 줄이면서 최근 세대구성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했다. 벌써 8년을 유지하면서 ‘무한도전’이 사라진 MBC 예능 중심을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유명세가 뜨겁고, 관심이 많다면 당연히 비판적인 시선도 따른다. 2017년 즈음 전현무, 박나래, 한혜진, 헨리, 기안84, 이시언 등이 중심이 돼 큰 인기를 얻었지만 소박한 일상에 관심을 갖던 카메라는 점점 더 으리으리한 집에, 세간을 들여사는 스타들의 삶을 조명했다. 게다가 고정 멤버들의 친분이 강해지면서 과연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프로그램이 맞는지 의아해지는 지점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결국 기안84, 박나래 등 고정 멤버들의 활동에 따른 논란들이 ‘나혼산’으로 따라 들어와 문제로 비화됐으며 시청률 역시 전성기와는 다르게 떨어진 상태다.

이지선PD가 출항시킨 프로그램은 황지영PD 체제로 와서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는 지난 2월부터 연출을 맡은 허항PD가 유지하고 있다. 허항PD는 한혜진과의 결별 이후 프로그램을 빠졌던 전현무를 2년 3개월 여 만에 복귀시켰으며 박나래, 기안84, 성훈, 키 등으로 멤버를 꾸리면서 계속 사회 초년생 출연자들을 출연시키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편으로는 ‘원년멤버’인 김광규나 육중완 등을 출연시키면서 과거의 향수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나혼산’은 사랑받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오래된 형식이기도 해요. 프로그램이 오래되면 당연히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떠오르는 스타나 사회 초년생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의 일상을 보였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돼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되, 사랑하던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도 숙제입니다. 공감도 얻으면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부분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의 공감부분은 올 초 방송된 ‘어머나 반갑습니다’ 기획에 두드러졌다. 용감한 형제, 이규형, 사이먼 도미닉, 곽도원, 김광규 등 예전 얼굴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방송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출연 인도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의 에피소드에서는 소박하지만 가슴 뿌듯한 초반을 연상시키는 전개도 등장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주요 출연자들. 사진 MBC

후자의 실험은 계속된 새로운 인물의 투입이다. 가수 박재정과 배우 표예진을 대표로 한 ‘라이징 스타’들을 투입해 실제 박재정은 거의 고정으로 활약 중이다. 허항PD는 ‘스타 만 나온다’ ‘연예인 만 나온다’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계속 실험적인 섭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추진하고 싶은 일이에요. 연예인이 아닌 분들도 나왔으면 좋겠고, 이런 직업으로 사는 분은 이렇게 사시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개인의 집을 공개하고,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는 일이 연예인의 입장에서도 망설여지는 부분이거든요. 그래도 영화 감독이나 음악 감독 또는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도 뵙고 싶어요. 딜레마 아닌 딜레마죠. 계속 추천하는 분들을 수집 중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의견도 기다립니다.”

무엇보다 이슈는 올해 있었던 박나래의 타 방송 선정성 논란이나 웹툰 연재가 끝난 기안84에게 단체 여행을 고지했다가 속이는 등 기만 논란이 있었던 궂긴 일이었다. 물론 방송 중 논란은 언제든 나올 수 있지만 ‘나혼산’ 제작진은 이에 대한 대처가 없거나, 늦지 않았는가 하는 점에서 일부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허PD 역시 인터뷰의 많은 부분을 이러한 논란을 해명하는데 썼다.

“출연자 섭외의 부분은 출연 전 2번 정도 사전 미팅을 하고 직접 집을 찾아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전에 정리를 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저희 힘이 닿지 않는 부분에서는 그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사실 논란이 생겨도 사람에 대한 문제기 때문에 제작진이 즉시 답변을 하기에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사실에 근거해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이먼 도미닉씨 출연 분량에서 ‘클럽하우스 아이유 사칭’ 논란도 있었는데 그 부분도 나중에 제보로 알게 됐고, 입장을 따로 내기에는 비연예인의 촬영 중 나왔던 부분이라 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한 대처를 하겠습니다.”

오랜 방송기간 동안 시청자들은 살가운 일상을 보여준 출연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이입했고, 이들의 문제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상처로 다가왔다. 허항PD는 “다른 방송의 문제를 ‘나혼산’의 처리로 연결해 생각하시는 것들을 보고 정말 출연자들을 가깝게 느끼시는구나 생각했다”며 “각종 논란에 대한 대응은 모든 예능PD가 겪는 어려움이 아닌가 싶다. 소중한 의견이니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로 접어드는 ‘나혼산’은 고정 멤버들이 내년 달력을 만드는 특집과 함께 다양한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집합의 어려움과 경쟁 프로그램의 도전도 있다. 허항PD는 “앞으로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분들을 조명하며, 그 분들의 충실히 사는 삶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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