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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벤투에게 외면받은 이강인

이강인 | 대한축구협회 제공

유럽에서 화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20·레알 마요르카)이 이번에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1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6차전(아랍에미리트연합·이라크)에 이강인이 빠진 25명의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소집에선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 정우영(프라이부르크) 황인범(루빈카잔),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파 대부분이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에서 주전을 꿰찬 유럽파로 빠진 것은 황의조(보르도)와 이강인이 유이하다.

다만 황의조는 햄스트링을 다친 것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이강인 홀로 대표팀에서 입지를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이강인의 마지막 소집은 지난 3월 한·일전이 마지막이다. 그 사이 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3경기(투르크메니스탄·스리랑카·레바논)와 최종예선 4경기(이라크·레바논·시리아·이란)를 치렀다. 이번 2연전까지 더한다면 무려 9경기를 빠지게 된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과 경쟁하는 라이벌인 황인범과 정우영, 이재성 등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부 포지션에는 많은 옵션이 있다”며 “어떤 소집에선 이강인을 뽑았고, 다른 순간에는 다른 선수를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반 년 넘게 소집하지 않는 진짜 속내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플레이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성장한 이강인은 타고난 공격력을 자랑한다. 동료와 공을 주고 받으며 경기를 풀어가는 플레이가 일품일 뿐만 아니라 장거리 롱 패스와 감각적인 침투 패스로 득점 장면은 연출한다.

그러나 이강인은 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늦은 편이라 위험 지역에서 공을 뺏길 때 실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이강인이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뛴 A매치였던 한·일전이 그랬다. 당시 제로톱으로 선발 출전했던 이강인이 공을 뺏기면 실점하는 장면이 세 번이나 반복돼 0-3 완패라는 치욕을 당했다. 수비력도 늘 약점으로 붙어다닌다. 다만 벤투 감독도 이강인의 변화를 조금 더 섬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렌시아 시절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강인은 올 여름 레알 마요르카로 이적한 뒤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7경기를 뛰면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는데 첫 골을 터뜨린 상대가 그 레알 마드리드였다. 이른 시간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지난달 23일 친정팀 발렌시아전에서도 절묘한 드리블 돌파와 수비 빈 틈을 찌르는 크로스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강인은 징계를 마친 뒤 복귀전이었던 10월 31일 카디즈전에서 한층 발전된 면모를 보였다. 대표팀 소집명단 발표 직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이강인은 선발로 출전해 공격을 마음껏 주도했다. 이강인이 후반 3분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왼발슛으로 크로스바를 때린 장면과 후반 30분 하프라인에서 선보인 탈압박에 이은 침투 패스는 남다른 수준을 자랑했다. 또 그는 약점으로 지적받던 볼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한편 헌신적인 수비까지 펼쳤다.

올해 마지막 소집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이강인은 소속팀에서 당분간 성장을 꾀하는 동시에 내년 1월말 레바논과 시리아를 잇달아 상대하는 원정 2연전에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이 됐다. 벤투 감독은 이때 카타르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현지에서 먼저 전지훈련을 소화한 뒤 원정에 나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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