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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드디어 신진서 눌렀다…삼성화재배 첫 우승

박정환 9단. 한국기원 제공

그 동안 당했던 치욕을 깨끗하게 되갚는 완승이었다. 박정환 9단(28)이 ‘1인자’ 신진서 9단(21)을 꺾고 생애 첫 삼성화재배 정상에 올랐다.

박정환은 3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국에서 166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1패 후 2연승으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그 동안 이 대회에서 세 차례 4강(2010, 2012, 2014)에 그치며 인연이 없었던 박정환은 이번 대회에서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우승까지 거머쥐며 한을 풀었다. 특히 최근 상대전적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던 신진서를 꺾고 우승한 것이라 기쁨이 더했다. 아울러 2019년 춘란배 우승 이후 2년만이자 개인 통산 5번째 세계대회 타이틀을 수집했다. 국내외 대회를 통틀어서는 32번째 우승이다.

이날 대국은 시작부터 서로 공방전이 펼쳐지며 뜨거운 승부를 예고했다. 그런데 좌상귀 부근에서 펼쳐진 첫 공방에서 백이 대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신진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 차분한 성격을 바탕에 두고 차근차근 추격하는 신진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급하게 공격에 나섰다. 이후 박정환이 상변에 만든 백 대마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는데, 이를 박정환이 잘 막아내고 오히려 우하귀까지 대마를 끌고 내려오며 질 수 없는 형국을 만들자 결국 돌을 던지고 말았다.

박정환은 2010년대 중국 바둑에 맞서 한국 바둑을 홀로 지탱하다시피하며 국내 절대지존으로 군림했다. 신진서와의 상대전적도 2019년까지 15승4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신진서가 급성장한 2020년 이후로는 철저하게 밀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7번기로 치뤄진 남해 슈퍼매치에서 한 판도 이기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번 삼성화재배 우승에도 신진서와의 상대전적은 22승26패로 밀린다.

그래도 올해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과 용성전에서 최종국까지 끌고가는 등 만만치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신진서를 잡을 사람은 박정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그리고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이를 증명함과 동시에 부활의 신호탄까지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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