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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기분 좋은 상상] 자립준비청년에게 보조바퀴가 필요하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5년 전, 10평 남짓의 임대주택과 500만원의 자립정착금만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시작이 너무 단출해서 무인도에 홀로 떠밀려 온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환경에 있는 다른 당사자들을 만나며 어쩌면 단출했던 지원마저도 호사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립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도움을 구할 어른조차 없는 당사자나 용기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했다가도 돌아오는 차별에 상처를 받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자립의 순간이 저희에겐 또 다른 고립의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된 저는 당사자들을 돕는 당사자로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유용한 자립정보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터뷰를 하고, ‘열여덟어른’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세상에 우리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이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결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었기에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에 발표된 자립준비청년 지원강화 방안을 보며 저는 그동안의 고민과 답답함을 한순간에 날려 버릴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돈만 쥐여 주는 지원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인 자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세심한 자립지원제도들이 정비됐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지원의 가짓수만 늘린 강화방안이 아니라 자립준비청년의 권리를 보장하며 정부가 사회적 부모로서 자립준비청년의 버팀목이 돼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원강화 방안이 계획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당사자들의 삶에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지원강화 방안 결과를 보며 한 당사자 친구가 자립을 자전거에 비유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자립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보조바퀴에 의지해서 달리게 되잖아요. 그러다 점점 균형을 잡는 데 익숙해지면 보조바퀴를 하나씩 줄여나가며 결국에는 두 바퀴로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죠. 자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제 막 자립을 시작한 저희도 보조바퀴가 없으면 넘어지고,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이 충분한 도움을 받으며 자립생활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신선프로젝트 자립준비청년 인터뷰 중)

앞으로도 세상에 나올 수많은 자립준비 청년들이 더 이상 넘어지고 다치면서 자립을 배우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지금처럼 사회적 부모로서, 자전거를 지탱해 주는 보조바퀴로서 지속적이고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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