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뜻밖의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라이벌’ 신진서 9단을 꺾고 생애 첫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한 박정환 9단(28)은 아직도 얼떨떨한 듯 하다.
박정환은 3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국에서 166수만에 백 불계승을 따내며 1패 후 2연승으로 짜릿한 역전우승을 완성했다.
박정환은 우승 직후 한국기원을 통해 “이번 우승은 정말 뜻밖의 우승이다. 8강 진출자를 보니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더 절박하게 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에서 상대한 신진서는 명실상부한 현재 한국 바둑 최강자다. 지난해부터 신진서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박정환은 이번 결승에서도 1국을 내주며 이대로 무너지는 듯 했다. 그러나 2국에서 반격에 성공하며 균형을 맞췄고, 이날 3국마저 비교적 가볍게 승리하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박정환은 “처음부터 힘들다고 생각했고, 결승 1국까지 내줘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운이 따른 것 같다. 2, 3국도 내용이 모두 어려웠고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지는 바둑이었기 때문에 승리가 더 값지다”며 “어제 저녁에 연구한 모양이 좌상변에서 나와 초반에 시간을 많이 안 들이고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에 신진서 사범이 실수를 해 득을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형세라고 생각했다”며 “중반 타개하는 과정에서 돌을 다 잡으러 왔을 때 마지막까지 사는 수를 잘 찾지 못했는데 대마가 살아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