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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황장애 딛고 ‘비건 피트니스’ 개최…진화하는 복현규

비건 피트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개그맨 복현규가 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3/정지윤 선임기자

개그맨 복현규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얼짱 개그맨에서 몸짱 개그맨으로, 유튜버, TV홈쇼핑 인기 쇼호스트로도 활약한 그는 라이브 커머스로 자리를 옮겨 쇼호스트 활동과 함께 억대 매출을 기록하는 마케팅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그야말로 ‘개그테이너’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행보다. 뿐만아니다. 13일 서울 강남에서 열리는 ‘AMA피트니스 대회’에서 사회인 보디빌딩 협회와 함께 비건 종목을 기획해, 세계 최초로 ‘비건 피트니스 대회’도 연다.

3일 스포츠경향과 만난 복현규는 ‘개그 콘서트’ 폐지 이후 근황과 닭가슴살 없이 몸만들기에 도전한 소감 등을 밝혔다.

비건 피트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개그맨 복현규가 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3/정지윤 선임기자

“왜 몸을 만들려면 꼭 닭가슴살을 먹어야하지?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됐어요. 편견을 깨보고 싶었죠. 지난 6월부터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 고기는 먹지 않고 생선과 달걀, 두부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며 하루 한 두 시간씩 운동하고 있어요. 몸이 만들어지는게 더디긴 하지만 뱃살은 확실히 빠졌어요.”

복현규는 2015년 머슬마니아 대회에서 그랑프리 1위를 차지하고 그해 피트니스모델 어워즈 한국모델협회장상을 수상하는 등의 행보로 최고의 ‘몸짱 개그맨’수식어를 달았다. 그러나 보는 것과 달리 건강한 몸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돌아보니 그땐 제가 제 몸을 학대 했더라고요. 당시 혈압도 높고 대장에 용종도 있었는데 최근 건강검진 결과 오히려 혈압도 낮아지고 용종도 사라졌어요. 몸이 깨끗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피트니스 대회에 ‘비건 종목’을 넣자는 아이디어를 낸 건, 고기를 먹지 않고도 예쁘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식스팩이 없어도, 완벽한 데피니션이 아니라도 우리 몸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봅니다.”

그가 비건 피트니스 대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건 어린 아들 때문이었다.

비건 피트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개그맨 복현규가 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3/정지윤 선임기자

“우리 아이가 어느날 ‘아빠 왜 저 사람은 마스크를 안끼고 있지?’ 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충격을 받았어요. 아이들에겐 마스크가 당연시 된거에요. 지구가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곧 멸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고기’였어요. 소와 돼지를 덜 키우면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들고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지 않아도 되거든요”

평소 술, 담배, 고기 등을 모두 좋아했던 그는 이번 기회로 고기를 끊었지만 ‘사랑하는’ 술과 담배는 끊지 못했다고 솔직히 밝혔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닭가슴살과 방울토마토, 고구마만 먹고 염분 섭취를 줄이는 등 섭생에 제한이 있을 때는 식탐이 많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식탐이 줄어들었어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대신 스태미너를 위해서 대신 마늘 등을 일부러 챙겨 먹어요.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내와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 기쁨이 사라진거에요. 미안한 마음이 들죠.”

비건 피트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개그맨 복현규가 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3/정지윤 선임기자

진지하게 근황 얘기를 하다가도 아내와 아이 얘기가 나오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아내바보’ ‘아들바보’가 된 그다. 2013년 KBS 28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190cm의 큰 키에 수려한 외모 때문에 ‘얼짱 개그맨’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안 웃긴 개그맨’ 이라는 평도 따라다녔다. 2015년 ‘머슬마니아’ 대회에서 1위에 등극한 뒤 ‘몸짱 개그맨’으로 한참 주가를 높이던 중 아킬레스건 부상과 수술 등 으로 6개월간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이후 재수술 등을 반복하며 2~3년간 거의 활동을 하지 못했다.

운좋게 홈쇼핑 쇼호스트 제안이 들어와 활동하게 됐지만 당시 그는 홈쇼핑 채널을 본 적도 없고, 물건을 사 본 적도 없던 터라 많이 낯설었다. 더욱이 물건을 파는 것은 개그연기를 하는 것도 전혀 다른 것이었다. 특채로 뽑힌 신분 때문에 시기 질투에 휩싸이기도 했고, 이름 값을 하지 못한다는 질타와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로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얻었다. 엎친데 엎친격으로 ‘개콘’이 폐지되자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에 절망했다고.

“지금도 병원에 다니며 공황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어요. ‘개콘’이 폐지되고 그야말로 아무 할 일이 없을 때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코미디언들이 전부 유튜브 채널을 열었어요. 저 역시 친한 형과 함께 어린이 유튜브 채널을 열어 근근히 생계를 이어갔어요. 아내가 저희 가족을 먹여 살렸죠. 그러다 내가 ‘우울증 약만 먹고 움추려 있으면 다 굶어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MC, 결혼식 사회 등 닥치는대로 다녔고 구직 사이트에 제 프로필을 직접 올리기도 했어요. 지금 좋은 인연을 만나 라이브커머스 쪽에 발을 들이게 됐어요. 홈쇼핑보다 조금 자유로워서 저와 색깔이 더 잘맞는 것 같더라고요.”

비건 피트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개그맨 복현규가 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3/정지윤 선임기자

복현규는 홈쇼핑 쇼호스트로 활동하면서 큰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까지 얻었지만, 유통, 마케팅, 디자인, 세일즈 등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흡수해 자신의 장기로 만들었다. 그가 유명 라이커머스 C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불은 전체 1위를 기록(2021년 11월 3일 현재)하고 있을 만큼 인기다. 그는 이불을 팔기 위해 기획단계부터 모델 섭외, 화보 촬영 장소 섭외는 물론 사진 촬영까지 직접 했다고 했다.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깨달았습니다. 내가 하고 싶다고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극대화 시켜 남이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내 자신을 키우자고 생각했어요. 제 꿈은 코미디언이에요. 돈이 없어 버스에 무임승차를 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개그를 하던 저를 잊지 않았습니다. 조금 돌아서 가는 길을 찾았을 뿐이에요.나를 갈고 닦아 무기로 만들어 그 무기를 삼아 제가 가고 싶은 문을 뚫고 들어가면 되겠더라고요. KBS에서 ‘개콘’이 부활한다는 얘기가 들려와 너무 좋았어요. 개그 무대에서 대중을 만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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