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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원 더 우먼’ 키다리 동생 이원근 “우리 가족 좋은 음식, 좋은 옷 해줄 수 있는 아들이고 싶어”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 검사 안유준을 연기한 배우 이원근. 사진 유본컴퍼니

배우 이원근이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 보여준 안유준의 캐릭터는 지금껏 없는 독특한 모습이었다. 보통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캐릭터는 여주인공을 조용히 물심양면으로 돕는 손윗사람을 주로 지칭했는데 안유준은 검사 조연주(이하늬)를 극중에서 동생으로 조용히 도왔다. 출신가계나 캐릭터의 많은 부분이 비밀에 붙여졌지만 안유준의 도움으로 조연주는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었다. 결국 조연주와 한승욱(이상윤)이 커플로 이뤄지는 순간에도 안유준은 기꺼이 조연주를 보내주며 ‘키다리 동생’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원근의 많은 부분은 안유준의 캐릭터와 닮아있었다. 진중한 성격에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성격은 비슷하다. 하지만 조연주에게 수없이 많은 고백을 하면서 접근할 만한 용기는 없다. 아니, 어떻게 보면 군 복무를 마친 후 복귀 첫 작품에서 다층적인 면이 있는 캐릭터 안유준을 만난 이원근의 선택자체가 용기일지 모른다. 그렇게 뿌듯한 마음을 안고 이원근은 ‘원 더 우먼’을 끝냈다.

“전역을 올 초에 했지만 코로나19의 상황 때문에 가족들과 마음 편하게 식사도 갈 수 없는 시간들이었어요. 오히려 군인일 때가 좀 더 자유로웠다는 생각도 들었었죠. 그때 소속사 대표님이 주신 ‘원 더 우먼’의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권선징악의 느낌도 있었지만 주인공이 통쾌한 ‘사이다’ 발언을 많이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우울한 지금 시국에 이런 드라마를 하면 기운도 나고, 드라마의 일원으로서 좋은 기분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죠.”

사실 군 복무 시간을 포함해도 그에게는 4년 만의 드라마였다. 현장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촬영시간도 근로기준법에 의해 많이 짧아졌다. 물론 방역으로 인한 환경변화도 있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연기 자체가 낯설었다. 그 공기, 의자 높낮이도 자신이 스스로 연기에 맞게 조절해야 하는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새로웠다. 태생적으로 있었던 낯가림도 부담이었다. 다시 신인의 모습처럼 모두 배워가는 느낌으로 찍었다.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 검사 안유준을 연기한 배우 이원근. 사진 유본컴퍼니

“함께 한 배우분들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대화 하나하나, 분위기 하나하나 편하게 임할 수 있게 조성해주셔서 즐겁고 재미있게 찍었어요. 좋은 분들인데 내가 왜 이렇게 어려워하고 겁을 먹었을까 생각이 들었죠.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막바지에 겨우 회식을 할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그런 시간이 너무 아까웠을 정도로 좋은 분들이 많았어요.”

그는 마지막회 유준이 연주를 보내면서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많은 시청자들이 유준의 감정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성들여 찍은 장면이다. 원래 대본은 굉장히 쿨한 느낌으로 떠나는 장면이었지만 그동안 유준의 캐릭터로 감정이 쌓인 이원근에게는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는 좀 더 깊은 감정을 제작진에게 제안했고, 실제 그 감정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사실 짝사랑의 서사가 어떤 모습으로 가야할지 고민했어요. 하지만 오랜시간 연주만을 바라보고 배우며 성장한 인물이잖아요. 멜로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의 흐름과는 달리 주변 분위기나 공간들에서 조금씩 감정의 깊이가 생기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감독님께 ‘감정이 올라오는데 이렇게 찍어보면 어떨까요’하고 제안을 드렸죠. 결국 풀숏을 찍을 때는 말과 호흡도 떨려서 차오르는 느낌이 있었어요. 마냥 웃으며 연주의 미래를 응원하기 보다는 진심어린 감정을 넣으니까 작별을 고하는 느낌이 더욱 살아났던 것 같아요.”

그가 처음 안방에서 이름을 알린 건 김수현의 출세작으로도 알려진 MBC의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었다. 극중 그는 호위무사였던 운(송재림)의 아역으로 등장해 여진구, 김유정 등 함께 나온 아역들과 주목을 받았다. 이후 ‘굿 와이프’ ‘추리의 여왕’ ‘저글러스’ 등의 작품을 하고 2018년 KBS 드라마 스페셜 ‘너무 한낮의 연애’를 마지막으로 의무경찰에 입대했다.

“어릴 때는 낯가림이 있는 편이었어요. 아마 저 만 아니라 있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럼에도 배우가 좋았던 것은 끝없는 배움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인생을 살아보는 매력이 있었어요. 힘들 수 있지만 힘이 되는 부분이죠. 사실 제가 사석에서는 말도 느리고 친구들을 만나면 잘 웃지도 않는 편인데 연기를 하면서 말을 많이 하는 역할도 해보고, 웃는 캐릭터도 하며 저와 다른 모습을 하니까 그런 부분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 검사 안유준을 연기한 배우 이원근의 연기 장면. 사진 SBS

이원근의 목표는 의외로 소박하다. 경천동지할 대단한 배우가 되는 것보다는 단지 가족들에게 좋은 음식, 좋은 옷을 한 번 해드릴 수 있는 그런 아들, 그런 형제이고 싶다. 그리고 힘을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술 한 잔 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 더 많은 배역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자신의 타고난 바탕을 바꾸기 쉽지 않지만 이를 깨나가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임을 안다.

“고등학교 때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시간은 느린데 삶은 빠르다’라고 적었었어요. 제가 전역을 해서 드라마를 정할 때까진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해볼 거라는 생각은 또 못 했어요. 이렇게 많은 관심에 감사하면서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획 된다면 또 저와 상반된 매력을 가진 해피바이러스가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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