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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부담 내려놓은 양효진 “정말 값진 시간…후배들이 이어줘야”

현대건설 양효진. KOVO 제공

“마스크로 가려져서 잘 안 보이겠지만, 감독이 봐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32)을 향한 강성형 감독의 평가다. 사령탑마저 신기하게 바라보는 양효진은 2021~2022시즌 펄펄 날고 있다. 17일 현재 양효진은 블로킹 리그 2위(0.81), 서브 4위(0.28), 득점 7위(141득점) 등을 기록하며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특히 블로킹 부분은 2009~2010시즌 이후 11시즌 연속 선두 기록을 향해 순항 중이다.

1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는 1세트에서만 10점을 넣으며 20득점으로 팀의 세트스코어 3-0(25-16 25-12 25-19) 완승을 이끌었다. 양효진의 활약 덕분에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건설은 올시즌 개막 9연승을 달리며 패배를 잊은 팀이 됐다.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덜자 양효진은 더 펄펄 날았다. 남성여고를 졸업하고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양효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첫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까지만해도 10년 넘게 책임감을 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효진은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 참가했고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등 올림픽 3대회 연속 대표팀으로 활약했다. 도쿄올림픽을 4강 진출이라는 성적으로 마친 뒤 길고 길었던 대표팀 생활을 끝내기로 했다. 당시 양효진은 “허무하고 시원섭섭”이라며 소회를 전했다.

그리고 정신없는 3개월을 보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8월 말에는 컵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10월16일부터는 본격적으로 V리그 여자부가 개막했고 시즌을 치르다보니 어느새 팀은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있다. 팀 최다 연승 기록인 10연승(2009~2010, 2010~2011시즌)을 1승 앞둔 상황에서 양효진은 다시금 태극마크의 무게를 떠올렸다.

양효진은 “대표팀 생활은 정말 값진 생활이었다. 대표팀에서 배울 점도 많았고, 각 나라마다 다른 배구 스타일도 배울 수 있었다. 외국인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본 것 자체도 좋았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힌 양효진은 대표팀이건 정규시즌 경기건 관계 없이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이게 됐다. 그는 “배구를 할 때만큼은 집중을 하다보면 재미있고 즐거운 기억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소중하고 좋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32세인 양효진이 40세의 나이까지 뛸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롱런’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는 뜻이다. 하지만 양효진은 이같은 말에 손을 내저었다. 그는 “그렇게 오래는 안할 것 같다”며 “그래서 대표팀도 일찍 은퇴했다. 다음 올림픽까지 무조건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려고 한 목적도 있었다. 양효진은 “나도 어릴 때 세계무대 나가서 경쟁이 안 되는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하다보니까 계속 성장하는 걸 느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도 그만큼 시간이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이 배구 흥행과도 연결된다는 것을 잘 안다. 올시즌에도 도쿄올림픽의 여파로 여자 배구 경기장은 관중이 빼곡하게 들어차고 시청률도 평균 1%를 훌쩍 넘겼다. 양효진은 “다음 올림픽에서도 지금과 같은 배구 인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때문에 후배들이 실력을 쌓아서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표팀 하면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들 중 하나는 함께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던 절친한 언니 김연경(33·상하이)다. 지난 시즌 9년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왔지만 이번 시즌부터 다시 중국 리그로 이적한 김연경은 27일 첫 경기를 치른다. 양효진은 “중국에서 2주 동안 자가격리 하게 되면 일반 사람들도 기력이 떨어지지 않나. 운동 선수에게는 정말 힘들다. 솔직히 언니가 너무 힘들 것 같고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언니가 워낙 승부사의 기질이 있고, 본인이 잘 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많이 힘들 걸 알기 때문에 응원을 많이 해주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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