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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나선 유통업계…‘순혈 말고 수혈’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소비 시장의 온라인 대전환 속에서 유통업계가 경쟁적으로 외부 수혈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 주목된다. ‘공채 출신 우선’이라는 전통적인 내부 승진 체계에서 벗어나 컨설팅 전문가는 물론 경쟁사 출신 인사 영입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 생존을 위한 구원투수 영입’이라는 말로 최근의 인사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활발한 시장은 ‘경쟁사 출신’ 구원투수다. 동종 업종에서 근무해 본, ‘잔뼈’가 풍부한데다 이미 실력이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 총괄대표·부회장(왼쪽)과 최문석 신세계까사 대표이사. 각사 제공

먼저 롯데그룹은 올 해 정기인사를 통해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을 유통 총괄대표로 영입하며 전통의 ‘순혈 주의’를 깨뜨리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P&G 출신으로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등을 지낸 전문 경영인이다. 이번 인사에서 호텔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안세진 사장도 외부 출신.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밖에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로 내정된 정준호 롯데GFR 대표도 신세계 출신이고, 롯데컬쳐웍스 대표로 내정된 최병환 대표는 CGV 전 대표 출신. 롯데멤버스도 신한DS 디지털본부장 출신 정봉화 상무를 DT전략부문장으로 임명하는 등 외부 인재 3명을 동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올 해 신세계까사 대표에 이베이코리아와 여기어때컴퍼니를 지낸 최문석 대표를 영입했다. 백화점 부문 재무기획 담당 전무에는 CJ그룹과 삼성전자를 거친 홍승오 전 ADT캡스 부사장을 영입했고, 온라인사업 담당 상무로도 이은영 전 삼성전자 상무를 기용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올 해 한섬 해외패션 부문 신임 사장으로 경쟁사인 삼성물산 출신 박철규 사장을 선임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신세계그룹 제공

전면에 드러나는 임원 출신이 아닌 ‘불펜 코치’로 활약해 온 컨설턴트 출신 인사 영입도 최신 인사 트렌드 중 하나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 성공 인사의 대표격으로 평가받는다.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강 대표는 이마트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2019년 등판해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1년 만에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지난 해 부터는 SSG닷컴 대표를 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같은 베인앤드컴퍼니출신인 김혜경 상무와 채영준 상무를 전략 온라인 태스크포스 담당과 재무관리 담당으로 영입했다. 신세계는 또 AT커니 출신의 신호상 상무를 이마트24 마케팅담당으로 앉혔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 십년간 이어온 대기업의 ‘순혈주의’가 최근의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서 빠르게 깨지고 있다”면서 “흔히 ‘고인물’로 불리우는 내부 인재보다는 검증된 인재를 통해 ‘우물 밖’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구원투수의 영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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