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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실망…‘커피차’ 대신 트럭 부르는 프로배구

배구 팬들이 29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정지석의 복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럭 시위 주최측 제공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보내는 ‘커피차’가 스포츠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시즌 삼성이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달리며 선전하자 팬들은 원태인, 박해민, 오승환은 물론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와 2년차 신인 김지찬에게 커피차 ‘조공’을 했다.

하지만 올시즌 프로배구판에는 좋은 의미의 ‘커피차’ 대신 트럭이 등장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은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먼저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팬들이 움직였다. 지난 13일 조송화가 무단 이탈을 했고 IBK기업은행 구단은 이와 관련해 서남원 감독을 경질했다. 더불어 조송화와 함께 이탈했던 김사니 코치에게 대행의 역할을 맡기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지휘봉을 잡은 김사니 감독 대행과 서남원 전 감독의 진실 공방이 이어졌고 구단은 조송화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절차에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팬들은 자체적으로 100여만원의 돈을 모아 트럭 IBK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배구단을 규탄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트럭 위에 올려진 전광판에는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의 퇴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번에는 남자배구에서도 ‘트럭’이 나타났다. 배구 팬들은 29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와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 앞에서 대한항공 정지석의 복귀에 항의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대한항공 주전 레프트 정지석은 지난 9월 전 여자친구로부터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소당했다.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선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고소인과 합의를 이뤄 소가 취하됐다. KOVO는 지난 2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정지석에게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구단은 정지석의 2라운드 잔여 경기 출장 금지를 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제재에도 팬심은 들끓고 있다. 이들은 “정지석 선수는 지난 9월부터 데이터 폭력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고소인과 합의했다는 사유로 별다른 징계 없이 코트에 복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한항공 배구단뿐만 아니라 남자배구 전체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KOVO와 대한항공은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만 진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럭 시위를 벌인 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팬들의 의견에 구단이 납득할만한 피드백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IBK기업은행은 공식 발표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작 팬들이 원했던 조송화의 거취에 대해서는 KOVO에게 공을 넘겼다. 김사니 감독 대행에 대해서도 ”합당한 조처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김 대행은 ”코치직을 지킬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도 ”이번 사건이 정지석의 사생활로부터 비롯되었지만, 구단도 선수를 세세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트럭 시위도 팬들의 관심 표출 방법 중의 하나다. 배구 구단의 ‘불통’은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이같은 관심도 사라진다면 배구 인기에게도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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