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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선수 인생이 한 방에 달라졌다 …이제 “인생은 박경수처럼”

KT 박경수가 지난 11월18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그라운드로 목발을 짚고 나가 기다리고 있던 후배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경수(37·KT)는 요즘 KT에서 가장 바쁘다. 한국시리즈를 마친 이후 TV 뉴스 프로그램에 두 차례나 출연했다.

결정적인 수비로 팀을 구해 승리로 이끌고 또 이리저리 몸을 날려 경기하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남은 경기를 더 뛸 수 없게 됐지만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에 나가 후배들과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고참 선수의 이야기는 많은 야구 팬들을 감동에 빠뜨렸다. 게다가 조리있게 말을 잘 하면서도 겸손한 인터뷰 솜씨가 한국시리즈 기간 두드러지면서 박경수는 뉴스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주로 섭외 대상이 되었다.

한국시리즈 MVP 이후 상도 더 받았다. 2일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이 선정한 ‘레전드 특별상’을 수상했고, 스포츠서울이 선정한 ‘올해의 수비상’을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들어왔다. 아직은 종아리 부상 회복이 우선인 박경수는 재활 상태를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

이맘때면 늘 시즌을 마치고 허전한 마음으로 보내던 12월을 박경수는 난생 처음 가장 바쁘게 보내고 있다.

KT 박경수가 2일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으로부터 레전드 특별상을 받은 뒤 트로피를 보며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프로 데뷔했지만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가보지 못한 박경수는 지난해 KT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주전 내야수였던 LG에서는 암흑기를 보냈고 KT의 창단 멤버로 이적한 뒤에는 꼴찌의 설움을 겪어야 했던 박경수에게 지난해 ‘가을야구 최고령 데뷔’ 자체가 감사한 선물이었다. 그렇게도 가을야구와는 인연이 없는 듯 하더니 무려 19년차였던 올해는 한국시리즈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야구 선수 인생의 거의 끝자락에 찾아온 첫 기회에 박경수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뛰었다. 길이 회자될 명장면이 나온 근원이다.

2차전 1회초 무사 1·2루에서 두산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수비 하나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향방뿐 아니라 박경수의 야구 인생까지 바꿔버렸다. 3차전에서는 결승 홈런까지 쳤고 또 계속해서 호수비로 실점을 막아내다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박경수는 4차전을 뛰지 못하고도 압도적인 지지로 시리즈 MVP를 가져갈 수 있었다. 2차전 호수비의 위력은 그 정도로 강렬했다.

팀의 기둥이었던 두 고참 중 세 살 위인 유한준은 우승과 함께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박경수는 이제 유한준의 몫까지 선수단을 끌어야 한다. 이숭용 KT 단장은 한국시리즈를 마친 직후에도 “박경수의 재계약을 준비해놓고 있다”고 했다. KT는 아직 박경수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박경수는 지금 이강철 KT 감독과 함께 여러 시상식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여전히 제대로 걷지 못하지만 목발은 떼어냈을만큼 다리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KT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에 데뷔한 뒤 두 고참, 박경수와 유한준을 많이 지지하고 또 의지하며 그 고생을 지켜봤던 이강철 감독은 지금 함께 바쁜 겨울을 보내는 박경수를 보며 흐뭇하게 말했다. “역시 인생은 한 방이야. 앞으로는 ‘인생은 박경수처럼’이라고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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