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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코치·감독으로 다 우승…진정한 전북의 전설이 된 김상식 감독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38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김상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전주 | 연합뉴스

선수와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서도 우승을 맛봤다. 전북 현대의 우승 DNA를 가장 잘 아는 김상식 감독(45)은 2021년에도 전북을 K리그1 가장 높은 곳으로 이끌며 진정한 전북의 전설이 됐다.

김 감독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38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고 부임 첫 해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와 함께 전북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을 맛본 유일한 사람이 됐다.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을 경험한 것은 FC 서울 시절 최용수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또 프로축구 원년인 1983년 함흥철 감독(할렐루야), 1987년 이차만 감독(대우) 이후 한국 지도자로는 역대 3번째로 부임 첫 해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도 남겼다. 김 감독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5연패를 못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좋은 모습도 좋지 않은 모습도 있었고 팬들의 질책도, 응원도 많이 받았다”며 “선수 때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쁜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1999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프로 데뷔해 무수한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한 급격한 기량 저하로 인해 2008년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고, 이후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전북으로 넘어왔다. 당시 김 감독과 함께 전북으로 온 선수가 전북의 또 다른 레전드인 이동국이다. 김 감독은 “그 때 이동국과 같이 오면서 우승을 또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9번째 우승, 리그 5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역사가 될 수 있는 기록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2013년 시즌 후 은퇴한 뒤 김 감독은 곧바로 전북 코치로 합류해 최강희 감독 밑에서 팀 운영에 관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이후 최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고 부임한 조제 모라이스 감독 밑에서는 수석코치를 맡아 감독과 선수단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모라이스 감독이 떠난 뒤 김 감독이 전북의 사령탑을 맡은 것은 당연했다.

감독 첫 시즌 김 감독은 여러 면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감독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여러 돌발상황에서 임기응변이 대체로 약했다. 한 때 리그 7경기 연속 무승에 빠지며 리그 4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그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주변에서는 전북이라는 팀은 늘 4-0, 5-0으로 이겨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1-0으로 이기면 졸전 끝에 이겼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지금은 그 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회상했다.

리그 5연패를 달성해 기쁨도 앞서지만, 이제는 그걸 지켜야 하는 부담감이 또 김 감독을 엄습한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은 좀 쉬다가 생각하고 싶다. 지금은 딱 일주일만 즐기고 싶다”며 “조만간 또 감독 라이센스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동안 집에 들어간지도 좀 됐는데 선물을 사들고 가야할 것 같다. 이제 가족들도 챙겨야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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