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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앤톡] 나의 약점을 노린다…신종 사기 사건들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몇 년전 일이다. 홀로 지내는 지인의 어머니가 인터넷으로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사자에게 연락을 해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SNS를 통해 만난 남자친구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상대방이 한국에 오기로 하면서 몇 천만 원을 빌렸는데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로맨스 스캠이구나’ 싶어 집중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인의 어머니는 SNS에 사진을 올리는 재미로 시간을 보냈다. 손녀 손주 사진, 꽃 사진, 여행이나 식도락 사진을 올리며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지냈는데, 퇴직을 앞두고 외국에서 근무 중이라는 미군이 지인 어머니의 페이스북을 보고 자신과 취향이 비슷하다며 말을 걸어왔단다.

서로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가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녀들이 이 미군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깊은 사이가 됐고, 자신이 한국에 들어가 어머니와 함께 살며 여생을 보내겠다고 했단다.

그러던 중, 사고가 났는데 사고 처리를 위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어머니는 사랑하는 이를 도울 수 있다는 마음에 급히 돈을 보냈다. 그런 후 연락이 두절된다는 것. 외로움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로맨스 스캠은 대부분 범죄자들이 해외에 있고 추적이 어려워 가해자를 잡기 어렵다,

이런 레퍼토리는 지금도 여전하다. 신기술의 발전은 범죄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딥 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얼굴과 음성을 변조한 후 범행을 벌인다.

약점은 외로움만이 아니다. 호기심도 때로는 약점이 된다. 호기심에 성매매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예약을 취소했는데, 성매매 업자들은 환불하려면 더 큰 돈을 입금하라고 종용했다. 15만원을 보내주면 예약금 15만원을 더해 30만원을 환불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말에 속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이런 식으로 몇 백만 원을 털린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성매매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사실때문에 처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돈을 보낸 계좌는 대포 통장이고, 돈은 이미 출금되어 사라지고, 가해자들은 잡기 어려워진다. 쉽지는 않지만 이렇다 해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많은 범죄가 사람의 약점을 공략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탐욕, 외로움, 엉뚱한 호기심, 강해보이고 싶다는 허세, 조바심 등이 그것이다. 약점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상대방을 고스란히 믿게 만들며, 나도 모르게 범죄의 피해자가 되게 한다. 가해자들은 영악하다.

예전보다야 세밑 분위기가 좀 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연말연시이다. 연말연시 분위기 탓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래저래 분주한 일로 상대방의 흑심을 끝까지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범죄자들은 이 때를 노린다. 사람의 마음을 쉽게 뚫을 기회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크건 작건 돈을 움직이는 결정은 조금 차분히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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