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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찬열·아이린, 2021 산딸기영화제 ‘최악의 연기’

제5회 산딸기영화제 최악의 연기 부문 1위를 차지한 엑소 찬열(왼쪽)과 아이린. 사진|경향DB

티켓값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즈’가 있다면 한국엔 ‘산딸기영화제’가 있다.

코로나19 장기 확산은 극장가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영화 대부분이 개봉 연기를 미루며 공백이 생긴 상영관에 ‘망작’들이 대범하게 ‘빈집털이’를 시도했다.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고, ‘오징어게임’ 신드롬이 이는 등 전세계적으로 K-열풍이 그 어느해보다 크게 불어닥친 올해, 그 열풍에 재를 뿌린 최악의 영화는 무엇일까. 더불어 최악의 연기, 그리고 최악의 매너를 지닌 배우들은 누구일까.

‘스포츠경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 15일까지 개봉된 상업영화 중 국내 유수 매체 영화 담당기자 22명을 대상으로 제5회 산딸기영화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투표자 한명당 각 부문 2표씩 행사하며, 최악의 작품, 최악의 연기는 물론 배우·감독·영화관계자 포함 비매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최악의 매너’ 부문의 수상자(작)을 선정했다.

최악의 영화 1위인 ‘용루각’ 시리즈(왼쪽)와 2위를 차지한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주)그노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최악의 작품 | ‘용루각’ 시리즈, 충무로가 만만하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퀄리티 낮은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감행했다. 팬데믹 이전이라면 꿈도 못 꿀 극장 개봉이었겠지만, 텅텅 빈 상영관을 양심없이 점거해 관객의 호주머니를 노렸다.

그 중 ‘최악의 영화’로 뽑힌 건 ‘용루각1:비정도시’ ‘용루각2:신들의 밤’ (감독 최상훈) 등 3개월 사이에 두 편 연달아 개봉시킨 ‘용루각’ 시리즈다. ‘대리 복수’를 해결해주는 중국집 용루각 멤버들의 액션을 다루지만 판에 박힌 사건과 개연성 없는 전개, 여성 캐릭터들의 낭비, ‘발연기’ 등 볼품 없는 완성도로 개봉 당시 두 편 모두 혹평을 받았다. 이번 ‘산딸기 영화제’에서도 22명 중 총 8명에게 표를 받아 어김없이 1위를 차지했다. 선정단은 “IPTV 눈 먼 돈을 노린 꼼수” “뻔한 스토리에 연기도 엉망진창” “이게 후속편까지 나올 정도면 아직 한국 영화계는 밥 먹고 살만한 건가” “하나도 고역스러운데 두 개씩이나! 양심 챙기길”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2위는 찬희·박유나 주연의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감독 송운)다. 총 4표를 받았다. 선정 이유로 “‘요정 컴미’보다 떨어지는 완성도” “너무 조악하다” “아이돌 마케팅에 기댄 실패작” 등이 나왔다.

오달수의 복귀작 ‘요시찰’(3표)이 그 뒤를 이었다. “논란으로 ‘멘붕’ 온 오달수의 잘못된 선택” “역대 최악의 복귀작”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밖에도 유하 감독의 ‘파이프라인’, 이환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 김종관 감독의 ‘아무도 없는 곳’, 이미영 감독의 ‘여고괴담6’ 등이 각각 2표씩 얻어 뒤를 이었다.

최악의 연기 1위 찬열, 2위 아이린, 3위 조현(위부터). 사진제공|각 작품 스틸컷

■최악의 연기|찬열, 연기가 취미인 문제적 아이돌

최악의 연기를 보여준 주인공은 그룹 엑소 찬열이다. 영화 ‘더 박스’에서 노래와 연기 모두 잡으려 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평이다. 22명 중 8명의 선택을 받았다. ‘더 박스’ 찬열을 연기력에 대해 “연기가 취미인 문제적 아이돌” “오그라들었다” “제발 본업만 잘 해줘요” “명품연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뮤지션으로서 공감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아이돌 이름값만 믿고 단숨에 주연으로 뛰어드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줌”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레드벨벳 아이린은 6명의 선택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영화 ‘더블패티’로 첫 스크린 주연 도전에 나섰지만 발성 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어설픈 연기력으로 많은 이에게 실망을 안겼다. 선정단은 “표현도 안 되고 감정도 전달 안 되는 연기” “뮤직비디오를 왜 스크린에서 찍으려고 할까” “부잣집 딸이 알바 체험하는 듯한 서민 연기” “얼굴까지 안 예뻤으면 큰일날 뻔 했다” 등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3위는 ‘용루각1: 비정도시’, ‘최면’ 등 2편이나 쏟아낸 베리굿 출신 조현(3표)이다. “제발 연기 훈련 좀 받길” “나 연기하고 있다아!!!” 등의 이유가 나왔다.

눈길을 끄는 건 박유나, 이완, 이연희다. 아이돌 아닌 경력 배우들이지만 각각 2표씩 받아 ‘최악의 연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최악의 매너’ 1위에 오른 베리굿 출신 조현. 사진|경향DB

■최악의 매너| 조현, 인터뷰 빌런의 탄생

올해 영화계 ‘최악의 매너’ 부문엔 코로나19 확진 관련 소동, 팀 해체설 논란 등으로 작품보다 더 큰 잡음을 일으킨 조현이다. 선정단 22명 중 11명에게 선택을 받았다. 조현은 ‘용루각: 비정도시’ 홍보 인터뷰 현장에 함께 있었던 소속사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음에도 동석한 취재진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쉬쉬해 공분을 샀다. 이후 인터뷰에 응한 기자들을 비롯 함께 있던 관계자들까지 자가격리 됐지만, 이에 대한 사과 대신 홍보대행사에게만 그 탓을 미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뿐만 아니다. 차기작 ‘최면’ 홍보 인터뷰 당시엔 베리굿 해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소속사 제이티지 엔터테인먼트 측이 팀 해체를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이 일었다. 조현은 두 시간만에 해당 발언을 번복, “베리굿과 친자매 같은 관계다. 왕성하게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취재진을 당황스럽게 했다. 결국 베리굿은 인터뷰 이후 두 달만에 해체를 알렸다.

선정단은 “이쯤되면 인터뷰 빌런” “조현과 소속사의 대처는 잘못됐다” “조현의 얕은 생각과 소속사의 미흡함이 아쉬웠다” “당황스러웠던 코로나19 검사의 기억”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악의 매너’ 2위에 오른 서예지(왼쪽).

2위는 ‘조종사’ 서예지(5표)다. 영화 ‘내일의 기억’ 개봉을 앞두고 김정현과 열애·결별설 뿐만 아니라 ‘가스라이팅’ 설까지 쏟아지며 ‘트러블 메이커’로 떠올랐지만 제대로 된 해명 없이 영화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아 차질을 빚었다.

인터뷰에 지각한 박용우와 성의를 보이지 않은 차승원, 조인성이 2표를 얻으며 그 뒤를 이었다. ‘대상 없음’ 역시 같은 순위다.

※‘산딸기영화제’는 다음해 조금 더 알차고 좋은 한국 영화들이 당당하게 관객들을 만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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