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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뿌듯한 한 해 채운 곽선영 “‘슬의생’ ‘구경이’, 이렇게 좋아해주실 줄은…”

JTBC 드라마 ‘구경이’에서 나제희 역을 연기한 배우 곽선영. 사진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좋아해주실지 몰랐어요. 그냥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랑을 받으리라곤….”

배우 곽선영의 2021년 연말은 무척이나 따뜻할 것 같다. 지난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올해는 그 속편과 JTBC ‘구경이’를 통해 좀 더 분명하게 안방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또한 두 드라마가 시청률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작품성이나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호평이 따랐다.

스스로 ‘집순이’라고 표현한 곽선영은 촬영이 없는 연말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 가꾸기와 독서에 좀 더 매진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 한 해 자신의 행보를 되짚어보는 달콤한 과정도 필요하다.

곽선영은 ‘구경이’에서 극중 NT생명 보험조사 B팀의 팀장 나제희를 연기했다. 전사(前史)가 확실하게 등장하지 않지만 일단 경찰이었던 것 같고 구경이(이영애)와는 이전부터 인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B팀의 미래가 불투명하던 당시 서울시장의 유력후보였던 허성태(최대철)의 캠프로 들어간다. 하지만 ‘용국장’ 용숙(김해숙)의 의중을 알고 결국 구경이의 곁으로 돌아오며 극을 마무리한다.

“인정받고 싶어하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나름 잘 그렸다고 생각해요. 나제희는 다 잘 하고 싶었던 인물이었어요. 엄마로서, 팀장으로서, 딸로서. 하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됐죠. 우리 모두 모든 부분에서 잘 하고 싶은 게 있잖아요. 하지만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나제희가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JTBC 드라마 ‘구경이’에 나제희 역으로 출연한 배우 곽선영의 연기 장면. 사진 키이스트, 그룹에이트, JTBC스튜디오

‘구경이’의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이상한 드라마라는 직감은 들었다. 대본을 보통 앞에서부터 보는데 이해가 안 되다가 뒤에서 다시 앞을 돌려 보는 대본이었다. 재미를 느꼈다. 실제 이상한 인물들 속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는 정상적인 인물이었지만 스스로 튀어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 대선배 이영애와의 호흡도 짜릿했다.

“영광이었죠. 제가 어린시절부터 보던 선배와 눈을 맞추고 대사를 주고받는 자체가 감동이고 감사였죠. 저 또한 저희 팀원 모두를 편하게 대해주셨던 것 같아요.”

‘구경이’에서는 평범했다면 ‘슬의생’에서는 달랐다. 극중 이익준(조정석)의 여동생 이익순을 연기했다. 도합 15단의 무술실력을 가진 유단자 현역장교다. 조카인 우주는 ‘터미네이터 고모’라고 부른다. 무뚝뚝한 성격도 있지만 휴지 비둘기나 팔꿈치에 혓바닥 대기 등 기상천외한 개인기를 소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제 주변에서도 제 성격을 아시니까 ‘어떻게 그런 연기를 했냐’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제게 연기는 직업이고, 인물로서 배역을 한 거니까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비둘기도 날리고, 무에타이도 하고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작품에서는 조정석의 동생, 정경호의 연인으로 분했다. 곽선영은 이들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 해오는 배우들”이라고 기억했다. “프로 배우들과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모두 배우로서는 어색한 부분이 각자 있었겠지만 인물로서는 준비를 잘 했다. 다들 서로 위로의 의미로 ‘뻔뻔하다’고 칭찬을 해줬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JTBC 드라마 ‘구경이’에서 나제희 역을 연기한 배우 곽선영. 사진 블러썸엔터테인먼트

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한 곽선영은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른바 ‘매체연기’로 불리는 TV나 영화에서의 연기는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후 볼 수 있었다.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tvN ‘남자친구’, JTBC ‘나의 나라’, SBS ‘VIP’ 등을 통해 입지를 넓혔다. 그에게 무대에서의 연기는 연기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이고, 매체 연기는 편집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작품에서 큰 역할을 하겠다는 야망은 없어요. 그저 제 일을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죠.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겐 큰 야망은 없는 것 같아요. 없다고 생각하면 또 이상한 것 같고…. 그런 부분은 아직 생각하지 못했네요.”

‘구경이’를 끝내고 극중에서 소소한 액션을 시도했던 곽선영에게는 새로운 배역에 대한 욕심은 자라나고 있다. 몸을 엄청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액션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생겼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한 번 연습을 시작하면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독하게 따라붙는 것이 뮤지컬을 오래하면서 몸에 붙었다. 그는 “액션이 들어온다면 멋지게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항상 저는 제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가족들은 ‘이게 병이야’라고 하는데. 저는 제 입지가 단단하다고는 한 번도 생각 안 했거든요. 예전에는 방송 연기를 특별한 사람들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대에서 꾸준히 하다 보니 새로운 기회가 왔죠. 기회가 올 때 잡으려면 스스로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해 ‘구경이’ 시즌 2 바라볼 수 있을까요? 그전에 좋은 배역으로 신나게 일하는 게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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