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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한일야구 평가서②] 모두가 ‘뜬공 열공’…‘교본’은 이정후와 양의지

김성근 소프트뱅크 감독 고문이 스윙 교본으로 꼽은 키움 이정후와 NC 양의지.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여름 도쿄올림픽 이후 김성근 소프트뱅크 감독 고문과 왕정치(오 사다하루) 구단 회장의 대화 한토막. 왕 회장은 “한국 타자들이 자질면에서는 일본 타자들에 비해 부족한 게 없다. 오히려 더 뛰어난 측면도 있다”는 얘기를 김 고문에게 했다. 돌려보면 한국 타자들이 자질만큼 결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뜻과 다름 아니었다.

김성근 고문은 왕 회장과의 대화 내용과 함께 대회 기간 중 나타난 한국 타자들의 스윙 변화에 주목했다. 김 고문은 “대회 초반 한국 타자들의 스윙은 뒤가 컸다. 대회 후반부로 가면서 뒤가 작아졌다”고 기억했다.

김 고문이 ‘뒤’라고 표현한 대목은 타격 준비자세에서 이뤄지는 테이크백이다. 히팅 포인트까지 가져가기까지 과정이 길다 보니 빠른 공은 물론 예리한 변화구에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예리한 구질에 낯설기까지 한 일본이나 미국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든 건 당연했다. 대회 기간 결과가 잘 나오지 않자 생물이 새 환경에 적응하듯 한국타자의 테이크백이 점차 줄어든 것이었다.

‘뒤’가 커진 것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부터 비롯된 ‘뜬공 혁명’과도 연관돼 있다. 억지로 올려치는 각도를 만들려 하다 보면 테이크백 자세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 고문은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최근에는 뜬공을 치려는 경향이 강하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퍼올리는 타법이 많다”면서도 “뜬공을 치려고 뒤가 커지면 안된다. 연습때는 칠 수 있어도 실전에서는 못친다. 골프도 그렇지만 앞이 커야 큰 타구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한국 타자들이 ‘뒤’가 컸던 것은 KBO리그에서는 그렇게 쳐도 성적을 냈기 때문으로 봤다. 결국은 리그의 투수 차이고 투수 문제다.

김 고문은 지난 4년간 일본에서 머물면서도 KBS를 비롯한 현지에서도 볼 수 있는 방송을 통해 한국 타자들을 관찰해왔다. 이를 배경으로 몇몇 타자들의 특징을 집어냈다.

‘뜬공 시대’에 보석 같은 타법을 갖고 있는 타자들로는 이정후(키움)과 양의지(NC) 둘을 지목했다. 두 선수는 뜬공을 만들면서도 ‘뒤’가 간결한 공통 장점이 있다.

김 고문은 이정후를 두고는 “가볍게 치는 것 같은데도 타구 스피드가 붙고 거리도 나온다. 마지막까지 헤드를 남겨두기 때문인데, 맞는 순간 ‘퉁 하면서’ 헤드 스피드로 칠줄 아는 타자”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기본적으로 ‘인 앤 아웃’ 스윙에 헤드를 끝까지 지키다보니 타이밍이 조금 빠르면 좌중간, 조금 늦으면 우중간으로 타구가 갈 확률이 많은 타자로,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뜬공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미국으로 건너가 대성공을 거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맞히는 데 중점을 뒀던 기존 일본타자들의 습성을 바꾼 대표적인 타자다. 스즈키 이치로와는 다른 모델로 미국에서 성공 일기를 쓰고 있다. 김 고문은 “힘에서는 아직 차이가 있지만, 이정후가 오타니와 가장 비슷한 스윙을 한다”고 분석했다.

김 고문은 양의지에 대해서는 “방망이를 쥐고 있는 톱에서 임팩트까지 시간과 거리가 가장 짧은 타자”라고 칭찬하며 “헤드를 남겨두면서도 최단 거리로 맞는 지점까지 도달한다. 가볍게 쳐도 멀리 날리는 비결”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더불어 “양의지는 뒤쪽 어깨가 처지지 않는다”며 “좋은 스윙은 허리와 어깨가 수평으로 돌아야하는데 양의지가 그렇다. 양의지는 낮은 볼을 쳐도 (우회하지 않고) 위에서 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몇가지를 보완하면 가공할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KT 강백호. 정지윤 선임기자

김 고문은 강백호(KT)와 구자욱(삼성)은 이미 좋은 타자지만, 더 커나갈 수 있는 재원들로 보고 있다. 김 고문은 강백호를 두고는 “아직은 갖고 있는 힘으로 친다. 헤드 스피드로 치는 법을 익히면 어마어마한 타자가 될 것”이라며 “올림픽 때 보니 나쁜 볼에 방망이를 막 내는 경향도 있던데, 쳐야하는 볼과 치지 말아아햐는 볼의 구분이 더 생기면 더 무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구자욱에 대해서는 “‘아웃 인’ 스윙을 하던 몇해 전과 달리 ‘인 앤 아웃’ 스윙을 하고 있다. 스윙이 많이 바뀌면서 헤드도 많이 남겨둬 타구 방향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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