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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에게 밀렸던 2위, 그래도 베이징의 꿈은 영근다

이시형(왼쪽)과 차준환. 연합뉴스

지난 9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선수는 우승을 차지한 차준환(21·고려대)와 유영(18·수리고)였다. 이들은 1,2차에서 1위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이들 외에도 태극마크를 달게 된 선수들이 있다. 2위로 막차를 타게 된 이시형(22·고려대), 김예림(19·수리고)가 있다. 피겨 올림픽 티켓은 남녀 싱글 각각 2장으로 한국에서는 총 4명의 선수들이 출전하게 된다.

한국 피겨의 간판이라고 하면 차준환과 유영부터 떠올리지만 이시형과 김예림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다.

이시형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피겨를 시작했다. ‘연아 키즈’로 피겨 선수로서의 꿈을 키운 이시형은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았다. 청소년기에 생각보다 키가 빨리 자라서 점프 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부상도 왔다. 2013년에는 왼발에 부상을 입어 쉬는 동안 원치 않게 키가 더 커버렸다.

게다가 가정 환경도 그를 짓누르는 부담감 중 하나였다. 피겨 선수로서의 꿈을 내려놀을 뻔 했지만 그 때마다 일어섰다. 그럼에도 이시형은 ‘1인자’는 되지 못했다. 1살 후배 차준환이 혜성처럼 나타났고 국내 남자 싱글 무대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이시형의 첫 올림픽행도 차준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준환이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10위를 기록해 10권 안에 들어야 딸 수 있는 한 장의 출전 티켓을 더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시형은 “나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차준환 선수 덕분에 올림픽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결과로 올림픽에 나가게 되어서 감회가 새롭고 생애 첫 올림픽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고 오는 경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예림 역시 김연아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혔던 선수 중 하나였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를 보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영, 임은수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8~2019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2연속 은메달을 따내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김예림 역시 갑자기 찾아온 성장통을 이겨내지 못했다. 자라난 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동안 입상에서도 멀어지곤 했다. 그 사이 유영은 고난이도의 점프를 앞세워 ‘언니’들을 앞질렀다.

그러나 김예림은 다시 일어섰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면서도 부상을 입고 뛰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태극마크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김예림은 “허리를 삐끗해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를 정도로 심각했다. 그래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에는 욕심이 많아서 나에게 안 맞는 걸 하다가 잃는게 많았다. 그걸 느끼고 마음을 비우고 하던대로 열심히 하면서 최선을 다하다보니까 결과가 좋아지는 것 같다”며 “올림픽에서는 클린 연기를 무조건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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