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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인터뷰] ‘은퇴’ 유희관, “내 생애 최고의 경기는 ‘첫승 LG전’”

두산 유희관. 이석우 기자

유희관(36)은 잠시 뜸을 들였다. 이내 “아무래도 첫 승 경기”라는 답을 내놨다.

두산은 지난 18일 팀내 간판투수로 오랜 세월 뛴 유희관의 은퇴 결정 소식을 전했다. 유희관이 유니폼을 벗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미 얼마 전으로 발표 시점을 조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희관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3년 5월4일 잠실 LG전을 꼽았다. 당시 두산 선발이던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등판이 어려워지면서 ‘땜질 선발’로 나선 경기였다.

2009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두산 유니폼을 입은 유희관은 그날 LG전 선발 등판 전까지 1군 통산 성적이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4.13에 불과했다. 34경기에 나섰지만 중간계투로 28.1이닝만을 던졌다.

갑자기 잡은 데뷔 첫 선발 등판 기회에서 유희관은 5.2이닝 5안타 무실점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데뷔 첫승이었다.

당시 유희관의 나이 27세. 유희관은 그 뒤로 100승을 더 거둬 통산 101승을 ‘은퇴 훈장’으로 달게 됐다.

유희관은 “사실 그때 큰 기대를 하고 올라간 건 아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등판했다”며 “그런데 실점 없이 3회를 지나면서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1(승)이 있었기 때문에 100(승)까지 올 수 있었다. 내게는 너무도 고마운 경기”라고 말했다. 실제 유희관은 그날 경기를 발판으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 끝에 바로 시즌 10승(7패)을 거뒀다.

2013년 6월의 유희관, 지금보다 훨씬 날렵해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석우 기자

유희관은 향후 진로를 두고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고민을 더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오프시즌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그라운드 밖 외출을 하곤 했다. 언변이 뛰어나 여러 스포츠채널에서 해설위원 후보로 주목할 것으로도 보인다.

유희관은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고민하는듯 했다. 시간이 필요한 듯도 했다. 기자 역시 살짝 화제를 돌리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희관은 20일 잠실야구장에 은퇴 기자회견을 한다. 그날 조금 더 깊은 얘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생활 함께 한 미디어들 앞에서 은퇴 배경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정돈된 생각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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