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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테인먼트] 주목엔 상고대, 주봉엔 하얀 거탑…겨울이 겨울하는 눈꽃여행지7

제주 1100도로.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하늘비는 고개 숙여 겸손을 배우게 하고, 함박눈은 고개 들어 경외를 깨닫게 한다. 자연은 눈꽃 상고대로 설경의 장대함을 선사하고, 그 품에 안긴 우리는 깊어진 겨울에 홀린 듯 빠져든다.

삼라만상에 핏빛을 아로새긴 설국열차의 분투는 잠시 잊고, 사람세상에 백설을 켜켜이 쌓은 설국여행에 빠져드심을 어떨런지. 마침 세상을 덮은 눈꽃의 파노라마에 임인년 흑호의 현신이 도드라지듯 드러날 수 있으니, 눈 동그랗게 뜨고 주문을 외워보자.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백설’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태백산.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하늘 닿은 겨울 산행지, 태백산=민족의 영산이란 위엄이 겨울 산행객에게 이리도 만만하니, 그 이유는 무얼까.

1567m의 고산이지만 산행은 4시간 정도로 에누리에 가깝다. 산행의 들머리인 유일사 주차장이 해발 880m에 있어, 나머지 산행길이 해발 700m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북한산 백운대(836m)보다도 가벼울 수 있다. 천제단이 있는 산정까지 4㎞ 정도다. 좀 더 걷고 싶으면 문수봉을 경위한다. 그 거리가 3㎞ 정도 늘어난다. 그 길에 된비알(거친 고개)을 마주할 일도 없다.

태백산은 일출 2시간 전에서 일몰 2시간 후까지 입산이 가능하다. 마침 눈도 내렸다, 걸음마다 눈 뽀득 소리에 기분마저 방점이 찍힌다. 이내 주목 군락을 만난다. ‘백년도 못살 인간’이기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그들에게 눈길이 아니갈 수 없다. 게다가 눈을 이고있는 자태는 인공의 MSG없이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태백산의 제단은, 북쪽의 장군단과 영봉의 천왕단, 그리고 부쇠봉 가는 길목에 하단이 있다. 이들 세 개의 제단을 아울러 천제단이라 한다.

선재길.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선재길.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선재길.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선재길.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잡념 떨친 불가의 결계 오롯한 오대산 선재길=고찰이 꼬리를 무니 오대산 선재길을 사색과 치유의 길이라 해도 부족함은 없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이 길엔 계곡이 동반하고 흙, 돌, 나무, 물들이 산행을 거든다. 겨울이면 시야 덮은 눈꽃에 고요함은 덤이다.

선재길은 상원사를 잇는 도로가 생기기 전,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의 공덕을 쌓았다. 그 길에 화전민의 삶과 애환도 더해졌으니, 그 스토리가 계곡을 따라 흐른다. 이 계절, 질곡을 덮고 잡념을 묻었으니 겨울 눈길엔 사색만이 하얗게 핀다.

약 9㎞에 이르는 선재길은 부지런한 걸음이면 세 시간 정도 걸린다. 그 촌음에 화엄경의 동자 ‘선재’처럼,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다면 과욕이다. 그저 하얀 입김 내어주고 미소만 가져가도 더할 나위 없는 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숲에 최고 수령 300년 된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있다. 이들 중에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가 숨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그 유명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드라마만 있지 않다. 역사도 궁극이다. 월정사와 상원사 모두 신라 때에 연원을 두니 천년고찰을 훌쩍 넘겼다.

춘천 구곡폭포. 사진제공|춘천시청
춘천 구곡폭포. 사진제공|춘천시청
춘천 구곡폭포. 사진제공|춘천시청
춘천 구곡폭포. 사진제공|춘천시청

■‘엘사’는 없지만 ‘얼음왕국’을 마주하는 춘천 구곡폭포=봉화산 자락을 아홉 굽이 지나쳐 쏟아지던 폭포수는 겨울에 얼음 왕국으로 변신한다. 높이 약 50m 빙폭이 대형 고드름과 어우러지며 얼음 세상을 만든다. 얼음이 꽁꽁 얼면 빙벽 전문 산악회의 안전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폭포에 로프가 걸리며 스파이더맨이 차고 넘친다. 천연 폭포가 선물한 빙벽은 눈부신 자태가 도드라진다. 빙벽 등반 때 발로 얼음을 찍는 키킹 같은 동작에서는 일반 산악 등반과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빙벽은 완전 결빙 상태를 확인하고 올라야 하며, 헬멧과 빙벽화, 안전벨트 등 장비는 절대적이다. 수직 빙벽에 오르기 전, 경사진 얼음 위에서 걷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낙빙은 빙벽 등반에서 가장 조심해야 한다. 일반 산행객은 폭포를 지켜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구곡폭포 앞 계단을 올라설수록 탄성이 절로 난다.

대관령 양떼목장.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대관령 양떼목장.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대관령 양떼목장.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대관령 양떼목장.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눈꽃에 묻힌 양떼 찾기? 대관령 양떼목장=해발 800m가 넘는 곳에 자리 잡은 양떼목장에 눈이 쌓였다. 눈이 유독 많이 내리는 양떼목장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표현에 걸맞게 겨울 풍경도 끝내 준다.

아쉽게도 양떼들은 겨울철 축사에서 ‘방콕’이다. 다행히 탐방객은 실내의 양들에게 건초 먹여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양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오르막길을 오르면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겨울철 설원에 묻힌 풍광은 북유럽의 겨울 전원 풍경을 빼닮았다. 눈은 즐거운 데, 몸에는 삭풍이 파고든다. 겨울 바람이 거센 곳이라 따뜻한 복장은 필수다.

발왕산 스카이워크.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인근 발왕산 스카이워크도 설원을 만끽하기 그만이다. 국내 스카이워크 중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됐다. 날씨가 좋을 때면 멀리 강원도의 설산과 함께 3년 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알펜시아 스키 점프대까지 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발왕산 정상까지는 용평리조트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해발 1485m 고지의 발왕산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 길이가 약 3.7㎞다. 편도 탑승 시간만 약 20분이 걸린다.

선자령.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선자령.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선자령.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선자령.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선자령. 사진|손창현 여행작가

■상고대 따르고 백두대간 호위하는 선자령 트레킹=선자령은 해발 1157m 정도다. 트레킹의 시작 지점은 인 해발 840m옛 대관령 휴게소 부근이다. 두 지점의 고도 차이는 대략 300m. 겨울 산행 장비만 갖춘다면, 누구나 쉽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코스는 옛 대관령 휴게소에서부터 시작해 KT송신소를 지나 전망대를 거쳐 선자령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가면 된다. 왕복 거리는 대략 10㎞ 정도다. 천천히 걸으면 4~5시간 정도 걸린다. 코스 중간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강릉 시내와 동해바다까지 내려다 볼 수 있다.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는 선자령 풍력발전단지도 볼거리다.

선자령 트레킹엔 눈꽃과 상고대가 산행길을 따라온다. 이런 덕에 겨울 산행의 백미란 이름도 붙었다. 게다가 백두대간 능선이 이어지니, 눈에 비친 풍경은 그야말로 파노라마다.

무주.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무주.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무주.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곤돌라 타고 가는 겨울왕국, 무주=덕유산, 적상산, 민주지산, 대덕산 등 소백산 1000m 고봉들 속에 무주가 파묻혀 있다. 무주를 즐기려면 무주덕유산리조트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덕유산 북쪽에 자리 잡았다.

이 곳 곤돌라는 덕유산의 절경을 즐기는 다리 편한 선택지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덕유산 남쪽 설천봉까지 2659m를 운행하는데 초당 5m 속도로 15분 정도 걸린다. 보이는 곳곳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덕유산의 설경이다.

너른 설원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설경에 다이나믹을 더한다. 진짜 설경은 설천봉에 내린 다음부터다. 하늘에 제를 지내기 위해 지었다는 상제루를 중심으로 겨울왕국이 펼쳐진다.

적상산, 마이산, 가야산 등 거침없는 산세가 먼발치에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눈을 뒤집어 쓴 주목나무이며 철쭉의 눈꽃까지 겨울이 겨울한다.

내친김에 덕유산 정상 향적봉까지 걸어도 좋다. 아이젠 착용은 필수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어른 걸음으로 편도 약 30분이 걸린다.

제주도.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제주 1100로. 사진|제주관광공사
제주도.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제주. 사진|제주관광공사

■눈이 재주 부린 겨울 제주=한라산 정상을 동쪽에 끼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 ‘1100로’는 제주 최고의 눈꽃 명소다.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데다 제주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명소다. 겨울이면 길을 따라 도로를 달리는 가로수에 눈꽃이 핀다.

1100고지 휴게소 건너편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1100고지 습지가 있다. 나무 데크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에도 편하고, 나무로 이루어진 자연 생태탐방로에 설국이 펼쳐진다.

제주시 봉개동 곶자왈에 있는 사려니숲길은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다.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치는 길에 삼나무가 우거졌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이다. 숲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사려니숲길은 트래킹 여행자들의 명소다.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기도 하다.

■팁, 겨울 산행에 꼭 챙기세요=겨울산을 뒷산 가듯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겨울 산에 오를 때는 무엇이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이젠과 스패츠, 등산스틱은 기본이고 겨울 산행인만큼 꼼꼼하게 방한 준비도 해야 한다.

복장은 두꺼운 외투 한 벌보다 보온과 방풍 기능이 있는 얇은 옷 2~3벌을 겹쳐 입는 게 좋다. 장갑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겨울 산행은 더워지기 전에 벗고, 추워지기 전에 입고, 배고프기 전에 먹고, 목마르기 전에 마셔야 한다것이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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