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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말 사망…또 다른 촬영장에선 전기 충격기, 다리도 부러뜨려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에 등장한 말이 촬영 중 학대를 받았다는 논란에 이어 사망 사실까지 알려진 가운데, 동물권단체 카라가 미디어 촬영팀의 동물권 인식 부재를 꼬집었다.

카라 관계자는 20일 스포츠경향에 “지난해 미디어 종사자 15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답변자의 8%가 촬영을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를 가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카라 권나미 활동가는 “촬영 중에 놀란 말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거나, 새가 날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등의 자세한 정황들도 있었다”며 “스태프들은 대부분 단기계약으로 일을 하고 있어 신변 노출을 두려워했기에 정확한 제보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권씨는 카라가 그간 꾸준히 요구해왔던 국내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권씨는 “반려동물 영상을 기록하는 1인 미디어 브이로그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는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카라는 미디어 속 동물의 안전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해 2019년부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해외자료 조사와 실태조사를 진행해왔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를 제작했다.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동물과 사람 모두가 안전한 미디어를 제작하기 위해 갖춰야 할 원칙과 촬영 현장에서의 세부 사항, 종별 지침을 담았다. 종별 가이드라인은 미국 인도주의 협회의 가이드라인을 기본적으로 참고해 한국의 법, 동물 보호 환경, 영화제작 관행 등과 관련하여 적절한 내용을 변형, 생략, 추가했다. 또한 촬영 현장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정황을 포착하거나 동물 학대 영상물을 접했을 때, 어떻게 신고하고 고발하는지 그 절차와 방법을 제시한 신고 매뉴얼도 담겨있다.

권나미 활동가는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 이후 ‘구경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 최근 작품들에서는 동물 장면은 연출이며, 안전하게 촬영되었다는 문구가 등장했다”면서 “최근 촬영 환경에서는 자극적인 장면을 촬영하는 것을 지양하고 컴퓨터 그래픽 등을 사용한다. 그런데 공영방송인 KBS가 구시대적 촬영으로 동물학대를 하고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카라는 ‘태종 이방원’의 동물학대 논란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KBS를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등의 금지)으로 고발했다.

KBS는 ‘태종 이방원’ 낙마신에 동원된 말이 죽은 사실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KBS는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고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받을 것”이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또 드라마 방송 중단과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여럿 이어졌다.

한편, 전날 스포츠경향의 단독 보도로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낙마 장면을 찍던 중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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