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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칠듯 그렇지 않은’ LG 외야진, ‘2007년 SK’를 보라

2020시즌의 LG 외야진 모습. 홈런을 친 김현수(맨 왼쪽)를 채은성(왼쪽에서 2번째)과 홍창기(맨 오른쪽) 등이 맞고 있다. 오른쪽 2번째는 2루수 정주현, 연합뉴스

겨우내 프로야구 LG 외야진은 미디어의 오르내림이 잦았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확실한 주전 중견수인 박해민을 영입하며 외야진 전체 구성에 여유가 생겼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트레이드와 관련한 갖가지 시나리오에서 LG 외야진은 몇몇 다른 구단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 LG 외야진은 밖에서 보는 것 만큼 넘치도록 풍부할까.

지난해 11월4일 LG-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 LG는 좌익수 김현수와 중견수 홍창기에 신인급 외야수 문성주를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우익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던 채은성은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또 발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시즌 내내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던 이형종은 대타로 대기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막바지를 보낼 때의 LG 외야진 운용은 절대 여유롭지 않았다. 1군 경험이 2018년 5경기 뿐이던 문성주가 시즌 종반 우익수로 선발 출전이 잦아진 배경이기도 했다.

LG 입장에서 보수적 시각에서 보자면 지난해 막바지 선수 운용을 기준으로 박해민이 가세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질적인 주전 우익수이던 채은성이 1루수로 전향한 것을 감안하면 수적으로는 원점이 됐다.

LG로서는 지난해 정상 페이스를 보이지 못한 기존 선수들이 차례로 정상 궤도로 돌아오고, 가능성을 보였지만 지속적이지 못했던 차세대 거포 이재원이 성장한다면 외야진 기용법을 놓고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최상의 가정에서 나온 그림으로 당장은 예단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 하나는, 외야 자원의 수적 비교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 나선 SK 중견수 김강민(왼쪽)과 우익수 박재홍. 이석우 기자

LG가 한번 들여다볼 만한 ‘참고서’가 있다. 2007년 SK 와이번스의 외야진 운용이다.

그해 SK는 박재홍·이진영이라는 기존 외야수에 김강민·박재상·조동화 등 새 이름들이 빠르게 외야수로 성장했다.

주전급 외야수 5명이 한 팀에서 함께 뛰었다. 이들의 출전 경기수는 80~124경기 사이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선발과 교체 출전이 이 수치에 모두 담긴 것을 감안해 타석수로 구분하자면 우익수와 중견수뿐 아니라 지명타자로도 종종 나온 박재홍이 400타석으로 가장 기회가 많았고, 김강민(374타석), 박재상(368타석), 조동화(345타석), 이진영(248타석)이 뒤를 이었다.

지명대타로 뛴 김재현, 지명대타 또는 1루수로 뛴 이호준 등도 있어 당시 사령탑이던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는 출전 기회 배분이 좀체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이에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 아예 없을 수 없다. 관련 뒷얘기가 살짝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SK는 역사에 남는 시즌을 만들며 리그 정상에서 한해를 마무리지었다. 벤치의 선택에 대해 해당 선수가 결과로 응답하며 선수 기용에 대한 ‘명분’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팀성적이 고공행진을 하며 시즌 초중반의 작은 잡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선수가 너무 적어도 어렵지만, 많아도 어려운 게 프로야구 팀 운영이다. LG가 외야진 운용에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갖고 시즌 치를지 아직 모른다. 또 수비만 보자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베테랑 외야수들도 있어 선수 수로만 외야진의 뎁스를 평가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 다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용 자원에 다소 여유가 보인다면 2007년의 SK를 사례를 꺼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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