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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치킨왕’ 윤홍근 빙상연맹 회장의 기대 “메달보다 과정에서 감동을”

윤홍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24일 서울 문정동 제너시스BBQ 사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2.1.24/정지윤 선임기자

윤홍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67)은 최근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월4일부터 열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장에 선임된 윤 회장은 태극전사를 격려하느라 바쁘다. 24일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BBQ 그룹 본사 회장실에서 만난 윤홍근 단장은 “내일(25일)도 선수단 출정식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치킨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회장실은 크고 작은 닭 조형물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평생 치킨 사업에 전념했고 빙상연맹 회장을 맡기 전까지는 제너시스BBQ 회장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던 윤 단장의 머릿 속에는 이제 올림픽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다.

윤홍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24일 서울 문정동 제너시스BBQ 사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2.1.24/정지윤 선임기자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날아든 낭보 덕분에 윤 단장의 표정은 더욱더 밝았다. 피겨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이 23일 끝난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여자싱글에서는 김예림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윤 단장은 “지금까지 쇼트트랙에서만 금메달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는데 피겨도 여세를 몰아서 좀 더 노력을 기울여볼수 있지 않을까. ‘해보자, 파이팅’이라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를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선수단의 의지는 더 굳건했다. 지난 5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G-30 미디어데이에서 “신경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 윤 단장은 “전체적으로 여건이 안 좋아서 그런 목표를 예상했는데 선수들의 불굴의 투지와 집념이 보였다. 역시 우리 대한민국의 투혼을 가진 선수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4년간 흘린 피와 땀의 결실은 메달의 색깔로 평가받곤 한다. 하지만 윤 단장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할 생각이다. 그는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달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결과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라고 하고 있다.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화자찬하고, 국민들에게 용기를 줄수 있다. 설사 못 미친다고 해도 과정에 충실하자고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전세계 스포츠팬들을 뜨겁게 만들었던 도쿄하계올림픽을 예로 들었다. 윤 단장은 “여자 배구는 첫 경기부터 끝까지 김연경 선수 등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이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라며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더 값진 감동과 가슴을 울리는 이러한 떨림을 우리에게 전달해줬다. 그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 BBQ는 김연경, 김희진 등을 모델로 발탁하며 여자 배구의 관심을 이어갔다. 윤 단장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제2의 김연경’의 탄생을 바란다. 그는 “이번에도 우리 선수들이 해줬으면 좋겠다. 과정에서 감동의 스토리가 나온다”며 “만약 그런 감동을 주는 선수가 있다면 광고 모델 발탁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포상금의 규모도 키웠다. 윤 단장은 “과거보다는 2배 이상의 포상금을 걸었다”며 “선수들이 포상금 때문에 잘 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라는 것을 알면 좋을 것이다. 연맹에서는 기량을 발휘하는데 있어서 어떤 부분이라도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달라고 하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을 많이 덜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거 윤 단장이 국제 대회를 바라봤을 때만해도 ‘헝그리 정신’이라는 단어가 거론되곤 했다. 윤 단장은 “어렸을 때 지금은 선수촌장인 유인탁 선수가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때만해도 우리나라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희망을 줬다”고 떠올렸다. 동계 종목에서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준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윤 단장은 “우리 국민이 다 사랑했던 선수”라고 칭했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코로나19로 시름에 잠긴 대한민국에게 힘을 주고 싶다. 윤 단장은 “스포츠가 어렵고 힘들 때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종 구설수로 2년 넘게 관리 단체에 지정되는 등 존폐 위기에 몰렸던 빙상연맹을 맡게 된 것도 이런 사명감 때문이었다. 윤 단장은 2005년에도 서울스쿼시연맹 회장에 선임돼 국내 첫 스쿼시 실업팀을 창단하는 등 비인기 종목을 살리려 애를 써왔다. 빙상연맹 회장직 제의를 받고 오랜 고민을 했던 윤 단장은 “평창 다음에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것과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지는 일상 속에서 빙상연맹을 되살리는 것도 기업인으로서 해야할 일이 라고 생각했다. 어떤 단체보다도 더 활동적이고 더 좋은 환경을 선수들에게 만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윤 단장은 2020년 7월 유튜브 웹예능 ‘네고왕’에 출연해 ‘국민 호감 프랜차이즈 CEO’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 이유로 “BBQ의 타겟 고객이 ‘MZ세대(밀레니얼+Z제대)’ 아닌가. 계속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나도 뛰어들어서 고객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로 구성된 선수단에게도 마찬가지다. 윤 단장은 “선수들에게도 편안하게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같은 10~20대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와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가 먼저 악수하고, 어깨동무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월31일 베이징으로 출국하는 윤 단장은 2월4일부터 대부분의 경기장을 직접 찾아서 선수단을 응원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에서 치킨을 먹으며 응원할 국민들을 위한 이벤트도 생각하고 있다. 윤 단장은 “베이징 올림픽 마음껏 응원해주시고 선수단도 응원해줬으면 한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BBQ에서 추첨을 통해 경품도 걸 생각이다. 어디서든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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