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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벤투호 ‘SON 없는 날’ 티 안날까

손흥민(왼쪽)과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아날로그 감성에 가깝지만 이삿짐을 쌀 땐 ‘손 없는 날’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해코지하는 손(귀신)이 없어 길일이라는 이날이 한국 축구에선 거꾸로 불길한 날로 여겨진다는 것이 흥미롭다.

축구에서 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호령하고 있는 골잡이 손흥민(30·토트넘)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가 유럽 무대 통산 150골을 넘길 정도로 손꼽히는 기량을 자랑해 소속팀과 축구대표팀의 구분 없이 그의 출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부임 이래 첫 정규리그 패배를 당한 지난 24일 첼시전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손흥민의 빈 자리에 한숨을 내쉰 것이 대표적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도 손 없는 날을 걱정하는 것은 똑같다. 대표팀 ‘캡틴’ 손흥민은 벤투 체제에서만 A매치 5골을 터뜨렸을 뿐만 아니라 도움에선 가장 많은 6개를 기록한 만능 에이스다. 27일 레바논 사이다에서 열릴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에서 손 없는 날의 티를 안 내는 것이 숙제다.

벤투 감독은 손 없는 날의 악몽을 이미 지난해 3월 경험했다. 당시 손흥민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3으로 참패해 거센 질타를 받았다. 당시 손흥민은 A매치 득점 빈도가 떨어진 시점이었지만, 공격을 풀어주는 에이스의 빈 자리는 유독 눈에 띄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본 원정을 제외하면 손흥민이 결장한 A매치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손 없는 날에 치른 13경기에선 일본에만 1패를 당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 10승2무로 선전했다.

특히 이번 상대인 레바논을 상대로는 이미 안방에서 치른 최종예선에서 손흥민 없이 1-0으로 승리한 바 있다. 당시 벤투 감독은 0-0으로 맞선 후반 13분 송민규(23·전북)와 권창훈(28·김천)을 교체 투입했는데, 권창훈이 불과 2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제 몫을 해냈다. 권창훈은 레바논과의 리턴 매치에 앞서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릴 정도로 뜨거운 골 감각을 자랑한다. 벤투 감독은 송민규를 왼쪽 날개로 투입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권창훈을 오른쪽 측면에 배치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벤투 감독이 믿을 구석은 또 있다. 벤투 체제에서 A매치 최다골(13골)을 자랑하는 황의조(30·보르도)가 레바논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황의조는 지난 23일 프랑스 리그앙 스트라스부르전에서 유럽 무대 첫 해트트릭(3골)을 달성해 박주영이 AS모나코 시절 세운 아시아 선수 리그앙 최다골 기록(25골)을 27골로 넘어섰다. 황의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훌륭한 경기이자 집중력이었다. 최고의 추억이다. 계속 유지해 가자”는 글을 남겼는데, 이 글에 손흥민이 ‘좋아요’로 화답했다. 벤투 감독으로선 손 없는 날에도 티를 내지 않을 자신감을 얻은 셈이다.

대표팀은 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결전지인 레바논으로 이동한다. 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5승1무)에 이어 4승2무로 2위를 달리는 한국은 3위 아랍에미리트연합(UAE)보다 승점 8점차로 앞선 상황이라 이르면 7차전 레바논전 승리로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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