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벤투호의 투톱 변신은 왜?…정우영 “잔디 때문에”

정우영 | 대한축구협회 제공

레바논 원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벤투호의 투톱 가동이었다.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최전방 공격수를 한 명을 선호하던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몰도바전에 이어 이번에도 그 숫자를 두명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프턴) 양 날개가 나란히 이탈한 상황에서 나온 해법으로 읽히기도 했다.

그러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직접 밝힌 투톱으로 변화는 녹록치 않은 환경이 원인이었다.

정우영(33·알사드)은 27일 레바논 베이루트 인근인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에서 레바논에 1-0으로 승리한 뒤 방송인터뷰에서 “잔디가 안 좋아서 사이드로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투톱을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선 그라운드 곳곳에 잔디가 손상된 것을 넘어 모래밭에 가까운 모습이 목격됐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패싱 게임을 구사하는 대표팀의 축구에는 불리한 환경이었다. 물론, 대표팀은 592개의 패스를 시도해 87%의 높은 성공률(레바논 패스 186개·61%)을 자랑했다.

다만 경기장을 삼분할해 상대 수비가 밀집된 지역을 의미하는 어태킹 서드에선 결정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조금 더 득점을 노리는 과정을 간결하게 만드는 투톱을 가동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투톱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 막바지 투톱의 한 축인 황의조(30·보르도)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24·김천상무)가 밀어 넣으면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정우영은 “레바논 원정이 힘들었는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그라운드 환경이 안 좋았고, 날씨 변수가 많았는데 이 부분은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우영은 전반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아 2월 1일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8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정우영은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를 못 뛴다”며 “남아있는 월드컵 최종예선도 좋은 경기로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