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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공작도시’의 비밀무기 이이담 “수애 선배님과 다시 만나고 싶어요”

JTBC 드라마 ‘공작도시’에서 김이설역을 열연한 배우 이이담이 지난 1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쌍꺼풀이 없는 깊은 눈에 진한 눈썹 그리고 하얀 피부…지켜보면 참으로 고전적인 미인상이다. 하지만 그 눈빛에 깊이를 더하고 표정에 무게를 주면 미스터리한 인물이 된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공작도시’는 수애, 김강우 등의 열연 말고도 또 한 명 신예의 이름을 시청자들의 뇌리 깊숙이 각인했다. 바로 도슨트 김이설 역을 맡은 배우 이이담이다. 이이담의 ‘공작도시’ 속 열연은 앞으로 그의 잠재력을 어디까지로 봐야할지 난처해지는 하나의 사건과도 같았다.

수애와 김강우, 김미숙 등 인간군상의 신분상승 욕망을 그렸던 드라마에서 이이담의 입지는 다층적이었다. 극중 배경이 되는 재벌가인 ‘성진가(家)’의 만행으로 하나 뿐 인 가족을 잃고 그 성진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의 도슨트 아르바이트에 합격한 후 주요 인물들을 맴돈다. 결국 정준혁(김강우)의 내연녀가 되고 그의 아내 윤재희(수애)와 대척점에 서지만 결국 정준혁과 서한숙(김미숙)의 계략 앞에 위기에 처하자 연민과 연대의 감정을 느낀다.

“쉬운 배역은 아니었어요. 이설이 그냥 복수를 위한 인물이 아니었고 자신만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저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보니 감독님께도 물어보고 선배들께도 물어봤죠. 언젠가 한 번은 작가님도 ‘이설 역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시면서 시간을 한 번 내주셨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힌트를 찾았죠.”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아들 현우(서우진)에 대한 감정이었다. 원래 현우는 준혁과의 사이에서 이설이 낳은 아이였지만 타의로 입양이 됐는데 정작 준혁과 재희의 아들이 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모성애라는 감정을 겪어본 적 없었던 이이담에게는 이 연기를 포함해 ‘공작도시’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JTBC 드라마 ‘공작도시’에서 김이설역을 열연한 배우 이이담이 지난 1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어머니가 가장 가까이 있는 선생님이었어요. 어떤 작품을 보고 참고할 수는 있었겠지만 제 연기가 누군가를 따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많이 여쭤봤죠. 이설은 한 마디로 정리하긴 힘들지만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나방’ 같은 아이였다고 생각해요.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걸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자신은 잘 알았을 것 같아요.”

복수와 모성애 그리고 진실을 알고 나서 밀려오는 충격 거기에 재희에 대한 연민의 감정까지, 신예로서 이이담이 감당해야 할 감정의 파고는 많았다. 현우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장면과 수애와 격정적으로 감정이 부딪치는 장면을 하루에 찍었는데 그때는 부담감과 피로함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밝고 재미있었던 성격이 ‘공작도시’를 촬영하면서 시종일관 가라앉았다.

“친구들과 있을 때도 저도 모르게 감정이 가라앉아서 다들 신기해했어요. 저의 그런 모습을 다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집에 부모님, 언니와 함께 사는데 언니도 낯선 제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집에 가면 ‘이설씨, 이설씨’하고 불러줬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소속사지만 무엇보다 선배 수애와 함께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그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적대하지만 성진가의 음모 앞에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는 연대한다. 수애는 촬영장에서 후배 이이담에게 답을 제시하지 않고 언제나 감정을 함께 연구하며 의견을 나누는데 도움을 줬다. 그래서 이이담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거리를 둔 연기만 하는 일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JTBC 드라마 ‘공작도시’에서 김이설역을 열연한 배우 이이담이 지난 1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제가 촬영장에서 낯가림이 좀 있어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수애 선배님이 먼저 사소한 이야기도 건네주시고 긴장을 풀어줬어요.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꼭 뵙고 싶어요. 제 마음대로 설정을 해볼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멘토와 멘티 같은 역할인데 수애 선배님의 허당기 있는 모습을 제가 졸졸 따라다니며 도와주는 그런 호흡도 나눠보고 싶어요.”

이이담의 연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7년 단편영화 ‘두 개이 빛:릴루미노’부터였다. 이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드라마 ‘보이스 4’ 등에서 짧게나마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동아리에 들어 느낀 연기의 매력이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었다.

“‘죄 많은 소녀’ 전여빈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렇게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공작도시’를 촬영하면서도 저 스스로 끊임없이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올해도 역시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한 해가 되고 싶습니다. 사실 저 밝은 역할도 할 수 있거든요. 4차원의 맹한 성격으로 코미디물을 하는 저, 꼭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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