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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기꺼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임시완 ‘청년의 얼굴’

MBC 드라마 ‘트레이서’에서 극중 국세청 조세 5국 팀장 황동주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사진 플럼에이앤씨

누군가는 그랬다. MBC 드라마 ‘트레이서’ 속 배우 임시완이 연기한 황동주는 과거 그가 연기한 ‘미생’ 속 장그래의 성장한 후 모습 같다고. 장그래는 극 초반 조직사회와 섞이지 못하다 막판에는 회사 일을 위해 액션도 마다하지 않는 만능사원으로 거듭났다. 만일 거기서 더욱 능청스러움이 더해지고, 독기가 배가된다면 황동주가 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임시완의 모든 연기가 어느 샌가 ‘장그래’의 자장(磁場) 안에서 평가된다는 뜻이다. 누군가 인생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면 꼭 겪는 과정이다. 하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경험이 누적돼야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에 머물렀다는 이미지는 한 때 구속일 수 있지만 그리운 추억이다. 임시완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로서 유연해질 수 있다.

“저도 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미생’의 장그래가 사회성이 만렙(최고 등급)이 되고, 강화돼 능구렁이가 됐다는 반응요. 어찌됐든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지점을 표현하는 건 거짓일 경우 들통 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걸 최대한 증폭해서 표현하려고 하죠. ‘해를 품은 달’ ‘미생’ ‘변호인’에서의 인물이 성장해서 황동주가 됐다는 시각이 있다면 틀린 말이 아닐 것 같아요. 그것들이 쌓여서 제가 앞으로 해가야 할 많은 캐릭터가 되겠죠.”

황동주는 극중 국세청의 조세 5국 팀장이었다. 국세청 안에서도 아웃사이더 심지어는 ‘쓰레기 하치장’이라는 멸시를 당하면서도 자신만의 정의를 향하는 자들의 집합체가 조세 5국이었다. 그는 대기업의 뒷돈을 관리하던 회계사에서 국세청 조사관이 된다. 하지만 결국 적의 비리를 캐나가다가 자신의 아버지 과오를 마주하게 되고 흔들리고 무너지면서도 결국 악을 섬멸한다.

MBC 드라마 ‘트레이서’에서 극중 국세청 조세 5국 팀장 황동주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사진 플럼에이앤씨

“저 혼자 모험한 부분이 있었어요. 최대한 유머러스하고 재기발랄한 부분을 끼워 넣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차이라는 게 미묘해서 마음 한 편에는 ‘과한 게 아닐까’ ‘작품에 마이너스인 건 아닐까’ 끊임없이 생각하게 됐죠. 결국 제대 후 3년을 계속 일했고 이렇게 즐겁고도 어려운 작품을 하고나니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일단 스스로 하지 않았던 캐릭터도 그렇지만 ‘빗장(비밀장부)’ ‘고의부도’ ‘하도급’ 등 들어보지 못했던 업계의 용어에 적응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대본은 분석을 해야 하는데 기업의 회계에 대한 부분을 이해해야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든든한 산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 연기로 맞서야 했던 손현주, 박용우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 등 임시완에게는 매순간이 도전이었다.

“로맨스보다는 장르물이 어울린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세요. 로맨스의 경우에는 30대 배우로서 어느 정도 지켜야 하는 미덕이 있거든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정해진 언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장르물에서는 지켜야 하는 틀은 없죠. 좀 더 독해져도, 좀 더 거칠어져도 돼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탈세자들에게 해머를 사용해 응징하는 장면이나 회의장에서 ‘이의가 있다’며 난장판을 만드는 장면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한 임시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아우’라 불러주며 챙기는 손현주 등 선배배우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상대역 서혜영 역의 고아성에게는 “순수성을 지키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고, 손현주는 “창작물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오영 역 박용우에 대해서는 “진짜를 추구하는 분이다. 연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감탄했다.

MBC 드라마 ‘트레이서’에서 극중 국세청 조세 5국 팀장 황동주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사진 플럼에이앤씨

임시완은 모두가 알다시피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다. 그러다 2012년 우연히 준비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오디션에서 김도훈 감독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꽃선비’인 허염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후 ‘적도의 남자’ ‘미생’ ‘타인은 지옥이다’ ‘런 온’ 등의 드라마와 영화 ‘변호인’ ‘오빠생각’ ‘원라인’ 등의 작품에 등장했다. 그의 극중 성장과 시련, 일상은 특유의 소년 이미지와 결부돼 지금 세대 청년의 성장, 시련과 잇닿아 보였다.

“어느새 연기를 한지 10년이 됐어요. 세월이 무색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진짜 뭔가를 많이 한 것 같진 않거든요. 시간이 빨리 가서 야속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저의 젊음을 즐기고 활용하고,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20대가 오히려 여유로웠다면 지금은 안주하지 않게 됐어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제 젊음에 대한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복싱도 다니고 골프도 배우고, 요리도 하며 부지런히 살고 있어요.”

그는 최근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숙박 예약을 하고 가지 않는 ‘노 쇼 기부’를 해 화제를 모았다. 연기를 통해 스스로 얻은 깨달음을 대본과 함께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함께 기억하고 적용하며 더 나은 사람이고자 애쓴다. 그는 ‘해를 품은 달’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가수 활동에서는 긴장되던 카메라 앞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운명의 순간이 그렇게 우연히 찾아올 수도 있다. 자신의 생에 찾아온 선물 같은 시간을 잊을 수 없어 고민하는 밤들, 지켜봐주는 대중을 위해 배우로서 기꺼이 흔들리고 모습이 지금 이 시간 청년 임시완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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