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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우희 “모녀 애증 관계, 한번쯤 생각해본 문제 아닌가요”

배우 천우희,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천우희가 새로운 얼굴로 돌아온다. 9년차 프로 앵커 ‘세라’와 그의 어머니 ‘소정’(이혜영) 사이 돌이킬 수 없는 모녀 관계와 여성 심리를 다룬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다.

“이 영화 안에서 모녀관계가 굉장히 극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런 보편적인 감정이라 생각해요. 엄마와 딸 사이 미묘한 애증관계는 누구나 다 느껴봤잖아요. 그만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천우희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원톱 주연물인 ‘앵커’를 내놓는 심정과 이혜영, 신하균과 호흡을 맞춘 소감, ‘사람 천우희’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앵커 役, 실제 아나운서에게 수업 받았어요”

그는 극 중 방송사 간판 스타인 앵커 ‘세라’로 분해 ‘자녀살해 후 자살(동반자살)’ 사건을 취재하는 열정을 표현한다.

“앵커로 보이기 위해 그동안 길러왔던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랐어요. 단발로 영화 찍은 건 처음이라 저도 신선했고요. 또 아나운서와 더 비슷한 결을 내기 위해 의상, 메이크업 면에서도 성숙한 얼굴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발성과 톤을 잡기 위해 김민정 아나운서에게 수업을 받았다고.

“리포트나 스트레이트 등 방송 콘셉트마다 발성과 톤이 조금씩 변화한다는 걸 배웠어요. 미묘한 그 차이를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김민정 아나운서가 현장까지 나와서 도움을 줬죠. 그 분도 열정적이라 매일매일 나와서 뉴스 장면 하나하나 캐치해줬어요. 시선이나 태도를 일일이 모니터링 해줬고요.”

이혜영과 모녀 관계로 붙는 건 ‘영광’이었다.

“정말 좋아하는 선배예요. 팬심으로 연기했고요. 그 호흡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같이 연기하는 신이 많지 않다보니 단 한순간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선배도 절 후배로 대한다기보다는 연기하는 동료로서 적극 임해줬어요. 함께 호흡을 찾아가는 동지애가 있었고요.”

‘연기의 신’ 신하균에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단다.

“현장에서 처음 봤는데, 쉬는 시간엔 정와 굉장히 수다를 잘 떨다가도 촬영을 준비하러 가면 ‘지금까지 나랑 노닥거렸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로 연기를 하더라고요. ‘연기 기계다’ 싶었어요. 바로바로 몰입하는 게 멋있기도 했고요.”

■“엄마, 내게 희생하고 큰 사랑을 준”

그와 엄마 사이가 궁금해졌다. 그러자 큰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정과 상황에서 닮은 점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엄마와 딸 사이 관계성이 ‘사랑’이라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엄마는 제게 어떤 걸 집착하거나 자신의 꿈을 대입해서 욕구를 채우려 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고요. 엄마가 얼마나 제게 희생하고 큰 사랑을 줬는지 알기 때문에 저도 ‘세라’처럼 엄마를 충족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긴 합니다.”

‘세라’는 극 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파멸한다. 그도 실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까.

“글쎄요. 배우는 항상 선택받는 직업이라서 그런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경쟁심이나 자격지심을 느끼는 건 외부가 주는 평가 때문인데, 그걸 의식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전 ‘후배와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거든요. 작품은 배우와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 동료 선후배를 의식하고 경쟁하면서 연기하는 건 저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앵커’를 만나 성장한 지점에 대해 물었다.

“저도 이 작품을 연기한 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영화 속 제 과거 모습을 본다는 게 쉽지 않아요. 예전 모습을 목도하고 있으면 괴롭거든요. 지금은 그래도 ‘그만큼 내가 시각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했기 때문에 저 예전 모습이 아쉬울 수 있는 거다’라고 스스로 설득하고 있어요. 작품이나 연기를 할 때 ‘미약해도 전보다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요. ‘앵커’ 촬영 당시엔 상황적, 시간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나름의 방법으로 활용해서 완성해낸 것 같아서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새로운 전문직 여성으로서, 프로로서, 또 성인으로서 성숙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납득시키고 싶다는 게 제 목표예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가늠해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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