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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호준 “제 연기 인생은 시속 50km로”

배우 손호준, 사진제공|CJ CGV

배우 손호준에게 속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배우로선 느리지만 길게 가고 싶다며 수줍은 듯 씨익 웃었다.

“제 연기 인생도 시속 50km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거든요.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이어서 길게 길게 하고 싶어요.”

손호준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스텔라’(감독 권수경)로 돌아온 소감과 촬영 작업기, 아버지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규형·허성태와 호흡, 매 순간 놀라웠어요”

그는 극 중 밑바닥 인생 ‘영배’로 분해 슈퍼카를 훔쳐간 친구 ‘동식’(이규형)을 쫓고, 보스 ‘서사장’(허성태)에게 쫓기는 코믹 추격극을 완성한다. 특히 이규형, 허성태와 함께 ‘티키타카’ 호흡으로 웃음을 안기고자 한다.

“워낙 성격들이 다 좋잖아요. 같이 연기할 땐 제 애드리브도 잘 받아준 덕분에 정말 재밌게 촬영했어요. 마치 그 상황에 진짜 있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고요. 연기하는 매 순간 놀라웠어요. 특히 허성태 선배는 평상시엔 순하고 재밌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무섭게 바뀌거든요.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죠. 두 사람 모두 유연한 사람들이라 촬영 현장분위기가 재밌었어요.”

그는 지금은 단종된 차량 ‘스텔라’와 상당 부분 교감했어야만 했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어요. 마치 벽을 보고 연기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럼에도 호흡이 좋게만 느껴졌어요. 30년이 넘은 올드카지만 고장 한 번 없이 모든 촬영을 소화해줬고요. 오히려 스텔라와 대화하는 장면에선 제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이규형과는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호흡 맞추기엔 더욱 편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같이 보낼 정도였다고.

“그래서 올해엔 같이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때도 그냥 심심해서 ‘뭐해’라고 안부 문자를 보내다가 잠깐 얼굴이나 보려고 만나 소주 한 잔 한 건데요.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썩 좋은 그림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올해엔 크리스마스 다 끝나면 그때 ‘뭐했어?’라고 물어보려고요. 하하.”

■“난 보편적인 아들…우리 아빠처럼 살고파”

극 중 ‘영배’는 아버지와 어긋난 감정으로 괴로워하다 여러 사건 끝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걷는다. 그도 ‘영배’를 연기하면서 ‘아버지의 무게’에 대해 체감했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힘든 경험을 쌓아가면서 아버지, 그리고 가장의 무게를 느꼈어요. 전 아주 보편적인 아들이었는데요. 아무리 부모에게 잘한다고 한들 절 키워준 아버지, 어머니 사랑만큼은 다 못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은 하지만요. 전 그래서 나중에 가정을 꾸리면 실제 제 아빠처럼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어떤 아버지였냐고 묻자 에피소드 하나를 예로 들었다.

“아버지가 퇴직하고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포함해 조리 자격증을 많이 땄어요. ‘식당이라도 차리시려나’ 싶었는데 ‘35년간 엄마가 아빠 밥을 해줬으니, 이젠 시간 많은 아빠가 엄마 밥을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내 아빠지만 정말 너무 멋있었어요. 물론 엄마 말은 조금 다르지만요. 하하.”

어머니가 뭐라고 말했냐고 물으니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여러 번 방송에서 이 얘길 했더니 엄마가 ‘바로 잡아달라’고 했어요. 엄마는 ‘아빠가 요리만 해주고 뒷처리를 안해서 더 힘들다. 내가 밥 차려준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아빠의 멋진 마음만큼은 본받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언제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어렸을 땐 막연하게 ‘빨리 결혼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준비가 되어야 결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경제적인 부분도 물론이고 상대와 같이 살아가려면 마음 자체가 잘 맞아야하니 양보하면서 맞춰가야 할 것 같아요. 제 자신이 내려놓고 포기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그 땐 결혼할 수 있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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