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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서른, 아홉’ 순애보의 진수 이무생 “‘이무생로랑’ 별명, 몸 둘 바 모르겠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극중 정찬영(전미도)에게 순애보를 보여준 연예기획사 대표 김진석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배우 이무생(李茂生). 과거 인기를 얻었던 배우 김무생과 한자이름이 똑같은 이 배우는 ‘무성할 무(茂)’에 ‘날 생(生)’을 써서 ‘무성하게 살라’는 이름의 뜻을 갖고 있다. 또 이 이름을 유명한 명품 브랜드와 슬며시 빗대보면 ‘이무생로랑’이라는 단어로 바뀐다. 이는 이무생이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가 이 명품 브랜드와 같은 가치가 있다고 해 팬들이 직접 붙여준 별명이다.

이무생은 최근 막을 내린 JTBC의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도 ‘이무생로랑’에 걸맞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극중 연예기획사의 대표이자 주인공 정찬영(전미도)의 전 연인이었던 김진석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결국 안타깝게 헤어지고 김진석이 결혼했지만 미련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다. 결국 찬영의 시한부 소식이 전해지자 김진석은 고통과 불신만을 남겼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찬영의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킨다.

“별명이요? 당연히 마음에 들죠. 제 이름이 지어진 이유인가 싶을 정도에요.(웃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데 감사해요. 아직도 그 별명을 들을 때마다 많이 쑥스럽지만, 너무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서른, 아홉’을 잘 봐주신 덕분에 그런 별명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극중 윤찬영과 김진석의 사랑은 윤찬영의 입장에서는 고마움과 미안함이었고, 김진석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움과 절박함이었다. 과연 어떤 이유가 둘의 사이를 이다지도 강하게 묶었을까. 김진석은 윤찬영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자신의 가진 것을 미련없이 내려놨다. 이런 사랑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극중 정찬영(전미도)에게 순애보를 보여준 연예기획사 대표 김진석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의 출연 장면. 사진 SLL

“작품에도 나왔지만 진석은 찬영에게 첫 눈에 반해요. 어떤 큰 이유가 필요했을까 싶죠. 그들은 천생연분이었던 거예요.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이 그들 사랑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저였다면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 정도로 지고지순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김진석이 윤찬영의 시한부 사실을 처음 듣는 순간, 그는 기획사 대표라는 그리고 다른 여자의 남편이라는 자신의 상황마저 잊고 통곡한다. 이 장면은 ‘서른, 아홉’ 드라마 전체를 봐도 인상적인 감정씬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시한부 인생을 연기해야 하는 전미도도 힘들었지만 이를 지켜봐야 하는 ‘남을 사람’ 이무생의 연기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버텨내는 것, 여러가지 상황에 놓인 진석이 이 상황을 어떻게 버텨야 할 것인가. 이미 찬영이 죽는다는 설정으로 드라마가 시작하기 때문에 어떤 뿌리를 갖고 가야하는지 고민했어요. 여러 인물과의 관계에서 그 줄기를 찾았던 것 같고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찬영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어요.”

2006년 영화 ‘방과 후 옥상’으로 데뷔한 이무생은 2007년 MBC ‘하얀거탑’을 거쳐 안판석PD의 작품을 통해 급성장했다. ‘하얀거탑’을 비롯해 2014년 JTBC ‘밀회’의 형사 역, 2018년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2019년 MBC ‘봄밤’ 등 안PD와 네 작품을 같이 했다. 그외에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변호사, JTBC ‘부부의 세계’에서의 의사,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우주비행사 등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강직하거나 신념이 투철한 인물들을 연기했다. 이번에도 전문직인 것은 비슷하지만 부드러움이 훨씬 배가됐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극중 정찬영(전미도)에게 순애보를 보여준 연예기획사 대표 김진석 역을 연기한 배우 이무생.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인물에 따라 특별한 연기의 차이를 두려고 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직업과 상황에서 오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합니다. 김진석은 특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그만큼 표현할 것도 많고 담아야 할 것도 많아서 어려우면서도 매력이 있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뭘 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것 같아요.”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노력 때문에 차기작을 또 JTBC 드라마에서 맞이하게 됐다. ‘클리닝업’이라는 작품에서 김진석과는 또 다른 매력의 이영신 역을 맡았다. 그에게는 아내, 아들, 딸 등 가족들과의 시간 그리고 맨손운동을 하거나 30분 동안 달리는 체력단련 이외에는 다른 하루는 없다. 오직 지금의 역할에 충실하고 다가올 역할을 맞이할 각오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하고 싶은 장르는 모든 장르를 좋아해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오랜만에 액션 연기가 당기긴 해요. 활동적이고 몸을 쓰는 일을 좋아하거든요. 태권도도 2단, 합기도도 2단입니다.(웃음)정의감에 불타는 히어로물을 해보고 싶어요. 날 때부터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이 어떤 계기로 히어로가 되는, 그런 이야기 재미있지 않을까요?”

이무생은 이름 그대로 ‘이무생로랑’이 떠오르는 명품 연기에, ‘무성하게 살라’는 이름의 뜻 답게 연기에 대한 무성한 열정으로 배우의 삶을 일궈가고 있다. 누군가는 그랬다. 다 이름대로 된다고. 이무생은 그런 연예계의 ‘불문율’을 몸소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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