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경X현장] 故 강수연 발인, 별들도 울었다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 사진제공|강수연배우장례위원회

“강수연 선배는 한국영화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 무거운 멍에를 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배우 고 강수연의 유작으로 남은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정이’ 연상호 감독도 울먹거렸다. 설경구, 문소리, 유지태 등 수많은 후배 배우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영화를 위해 헌신하고 후배들에겐 큰 품을 내어준 고 강수연의 마지막 길에 모두가 고개를 떨궜다.

고 강수연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읽는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캡처.

11일 오전 10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 강수연의 영결식에서는 배우 유지태가 사회를 맡고,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배우 문소리와 설경구, 연상호 감독이 추도사를 맡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이날 유지태는 먹먹한 목소리로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그냥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한다. 강수연 선배를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들과 영화계 선, 후배 여러분이 함께해줬다. 감사하다”라고 운을 뗐다.

김동호 이사장은 “처음 응급실에서, 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평안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당신을 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며 “비록 강수연은 오늘 우리 곁을 떠났어도 당신은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로 비추면서 끝까지 화려하게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부디 영면하길 바란다”라고 애도했다.

설경구는 “강수연 선배, 한 달 전에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촬영 끝나면 빨리 보자고 했는데 곧 있으면 봐야 하는 날인데 내가 지금 선배의 추도사를 하고 있으니 너무 서럽고 비통하다. 비현실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찍기 싫은 끔찍한 장면일 텐데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며 “1998년 ‘송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첫 인연이 됐고,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고 도움 주면서 이끌어줬다. 열악한 현장에서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전체 회식을 시켜줬고, 주기적으로 챙겨줬던 선배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내게 앞으로 연기를 계속할 거라는 용기와 희망을 줬다. 난 선배의 영원한 조수였고, 선배는 나의 영원한 사수였다”라고 애도했다.

이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에게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준 걸로 알고 있다. 우리 배우들의 진정한 스타였다. 새까만 후배들부터 선배들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거인 같은 대장부였다. 소탈했고, 친근했고, 섬세했고, 어딜 가나 당당했고, 어디서나 모두를 챙겼다”며 “너무 당당해서 외로웠던 선배. 할 일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안타깝고 비통할 뿐이다. 선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별이 돼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 보여준 사랑과 염려, 배려와 헌신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부와 함께해서 행복했다”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생전 고인과 막역했던 사이인 문소리는 “언니(강수연)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러운 마음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났다. 영화의 세계가 땅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도 영화인들이랑 영화 한 편 했으면 한다. 마음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항상 싸워가며 웃어가며 했다. 그 가운데 언니가 있다면 다 해결될 거 같다”며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겠다. 언니 목소리도 잊지 않겠다. 여기서는 같은 작품 못했지만,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했으면 좋겠다”라고 오열했다.

‘정이’를 마지막으로 함께한 연상호 감독은 “지금 이 순간 영원한 작별을 하는 대신 난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의 얼굴을 마주하고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며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힌행형이다. 선배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선배의 마지막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할 거다. 그때까지 내가 선배의 마지막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통증을 호소하다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관에게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에 옮겨진 그는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다 지난 7일 오후 3시 별세했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렀으며 장례위원은 강우석, 강제규, 강혜정, 권영락, 김난숙, 김한민, 김호정,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박광수(여성영화제), 박기용, 박정범, 방은진, 배창호, 변승민, 변영주, 봉준호, 설경구, 신철, 심재명, 양익준, 예지원, 원동연, 유인택, 유지태, 윤제균, 이광국, 이용관, 이은, 이장호, 이준동, 이창동, 이현승, 전도연, 장선우, 정상진, 정우성, 주희, 차승재, 채윤희, 최동훈, 최재원, 최정화, 허문영, 허민회, 홍정인으로 구성됐다.

고인은 이날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돼 경기도 용인공원에 안치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