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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해도 1위 못 지키는 조코비치…ATP와 윔블던의 충돌이 나은 현실

윔블던 로고. 게티이미지코리아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출전 문제를 둘러싼 윔블던과 남녀 프로테니스 주관 단체의 대립이 점점 더 날을 세우고 있다. 급기야 남자프로테니스(ATP)와 여자프로테니스(WTA)가 윔블던에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ATP는 지난 21일 “지금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올해 윔블던 랭킹 포인트를 삭제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을 막은 윔블던의 결정은 선수들이 국적에 차별받지 않고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기본 원칙을 위배한다”고 밝혔다. WTA 역시 ATP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3번째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은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로 유서가 깊다. 하지만 윔블던 조직위원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윔블던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가 대항전이라면 몰라도, 개인 종목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들이 나왔고, 결국 ATP와 WTA가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조치를 내리게 됐다.

이번 결정은 상상 이상으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는 1년 내내 출전하는 대회에서 거둔 성적에 따라 랭킹 포인트를 부여한다. 메이저대회는 우승할 경우 가장 많은 2000점을 얻는다. 이번 결정으로 윔블던에서 우승하더라도 2000점이 아닌 0점을 받는다.

이렇게 될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우승해 랭킹포인트 2000점을 얻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랭킹 포인트는 한 점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지난해 획득한 2000점이 고스란히 날아가 1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난해 윔블던에서 16강까지 오른 세계랭킹 2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는 지켜야 할 랭킹 포인트가 180점에 불과해 잃을 것이 없다. 두 선수의 랭킹 포인트 차이가 680점에 불과해 1위가 바뀔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문제는 테니스 선수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코비치나 라파엘 나달(스페인) 같은 거물급 선수들이 윔블던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전쟁 때문에 입대한 세르게이 스타코프스키 같은 선수들은 윔블던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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