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이정은의 여자들

배우 이정은, 사진제공|준필름

배우 이정은에게 사랑이 쏟아진다. 그를 만나는 이라면 누구라도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다. 배우 김혜수, 엄정화, 노희경 작가, 신수원 감독 등 수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이정은을 칭찬하기 바쁘다. 연기력은 물론 성정마저 ‘진짜’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도 ‘오마주’(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이르는 용어)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까.

“고 김영애 선생님이요. 그가 작품을 향해 가진 열정을 존경하거든요.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도 같이 작업을 했었는데요. 아무것도 없는 제게 ‘끝까지 연기해’라고 했던 사람은 김영애 선생님이 처음이었어요. 지금도 그의 말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이정은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영화 ‘오마주’(감독 신수원)로 첫 단독주연작을 내놓는 소감부터 tvN 주말극 ‘우리들의 블루스’로 노희경 작가와 만난 기분, 그리고 김혜수, 엄정화 등 여성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마음 등을 공개했다.

■“‘오마주’ 여성 영화인에 대한 생각하게 돼”

‘오마주’는 1962년 한국 1세대 여성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2022년의 중년 여성감독이 일상과 환상을 오가며 여성 영화인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정은은 극 중 세편의 영화를 개봉했지만 작업에 위기를 맞은 영화감독 김지완 역을 맡았다.

“사실 초창기 여성 감독들에 대해선 자세하게 몰랐어요. 아이를 들춰업고서라도 영화를 찍고 싶은 그들의 열정에 놀라웠죠. 얼마나 영화가 좋았으면 그 척박한 상황에서도 모든 걸 다 걸었을까. 당시엔 아침부터 여자가 편집실 드나드는 걸 안 좋아했고, 검열도 심해서 여자가 담배 피는 장면도 날아갈 정도였는데 말이죠. 지금은 오히려 스태프 중 여성 비율이 더 높아졌잖아요. 여성 동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 ‘오마주’ 속 이정은.

극 중 ‘살아남아라’는 대사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성별을 떠나서 모든 이에게 힘이 되는 말이잖아요. 저도 아직까지 매일매일 고비고 흥분돼요. 설레고 떨리죠. 그래서 아침마다 거울보면서 ‘가보자. 살아남자’라고 말하거든요. 현장에서 제 윗세대 여성 선배들이 많이 보이지 않게 됐는데요, 그게 제 일이 안된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런 자리를 누군가 만들어야 다음 세대들도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을 거고요. 그런 부분에서 신수원 감독과 작업하면서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노희경 작가·엄정화, 그리고 김혜수

요즘 화제가 되는 ‘우리들의 블루스’로 넘어오기까지 ‘오마주’가 징검다리 구실을 해줬다고 고백했다.

“노희경 작가와 작품을 한다는 건 배우로서도 하중이 많이 실려요. ‘그 촘촘한 대본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죠. 그걸 가능하게 한 건 ‘오마주’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처음 단독 주연을 맡아보니 혼자 작품을 끌어간다는 건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신수원 감독의 칭찬 속에서 해낼 수 있었고요.”

노희경 작가와 작업은 또 다른 자극점이라고도 했다.

“배우로서 준비를 정말 많이 해야하거든요. ‘대충’은 없는 성격이라 글도 정말 촘촘해요. 제가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대본을 받아보면 ‘이건 정말 체험하는 노력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는 생각 밖에 안 들고요. 그래서 이런 대본을 받은 게 더 황송할 뿐이죠. 채찍질이 된 작품이었어요. 배우에겐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고요.”

tvN ‘우리들의 블루스’ 중 이정은과 엄정화. 사진제공|tvN

극 중 오랜 친구로 등장한 엄정화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실제로도 친해요. 호탕한 성격이거든요. 특히 그가 가수라서 그런지, 우리 둘이 춤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즉석에서 일어나 안무를 만들더라고요. 다른 부분도 맞춰가면서 재밌게 찍었고요.”

영화 ‘내가 죽던 날’과 OTT플랫폼 넷플릭스 ‘소년심판’으로 연거푸 호흡을 맞춘 김혜수와도 ‘존중하는 우정’을 자랑한다. 김혜수는 이정은을 두고 늘 ‘볼 때마다 경이로운 배우이자 사람’이라고 평했다.

“여성영화인으로서 서로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이에요. 배울 점도 많고 제게 베풀어주는 것도 많아서 항상 존경하고 있죠. ‘우리들의 블루스’ 찍을 때 제주도에 한 번 왔었는데, 김혜수 씨가 생각보다 여행을 많이 못 다녔더라고요. 그래서 편하게 여행다닐 수 있게끔 신경 좀 썼었죠. 하하.”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