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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그린마더스클럽’ 김규리 “터져나온 박수와 눈물, 그 순간 만 같다면…”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 출연한 배우 김규리가 지난달 26일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배우는 결국 연기로 말한다. 3년 여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지만 이 명제는 여전했다. 김규리는 실로 오랜만에 연기에 집중하는 순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황홀경을 체험했다. 여러가지 도전으로 만만치 않은 촬영이었지만 그만큼 얻어지는 성취감도 컸다. 여전히 자신이 배우로 살고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배우로서 살아야 함을 느끼는 나날이었다.

김규리는 스포츠경향과 만나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출연 소감과 그림을 그리며 풍성해진 최근의 삶 등에 대해 풀어놨다. 그는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비밀을 간직한 서진하와 현실적이면서도 건조한 느낌을 주는 인물 레아, 두 사람을 연기했다. 극 초반 서진하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극 전체를 포괄하는 긴장감의 방아쇠가 됐으며 김규리 역시 다채로우면서도 어려운 준비과정을 통해 연기와 관련한 난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딱 작년 이맘때 개인전을 하면서 그림을 전문적으로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때가 있었어요. 개인전을 시작하고 한 달 정도 된 시점이었는데 매일 매일 도슨트로 관객 분들께 설명을 했거든요. 여자분 두 분이 눈치를 보시면서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가지 않으시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라하나 감독님이었던 거죠. 작품 설명을 해주시고 출연을 제의하셨어요. 예상치 못했던 과정이었지만 너무 감사했어요. 그때 벌써 1인2역 그리고 불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 출연한 배우 김규리가 지난달 26일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서진하는 프랑스 유학파로 유창한 불어를 구상하는 인물이었다. 그림에도 조예가 있어야 했는데 김규리가 출연당시 몰두하던 화두라 상대적으로 몰입이 쉬웠다. 그리고 서진하의 캐릭터를 잡아야 했다. 극중 상위동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도 독보적인 교육관을 갖고 있던 서진하는 스타일에 있어서도 ‘여신’을 방불케 했다. 김규리는 바로 자신의 의상을 다 뒤져보고, 분위기에 맞는 의상을 위해 도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서진하는 연기만으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스타일이나 외모에서도 분위기가 나와야 했죠. 따로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지 않고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옷을 구입했어요. 드라마 안에서 등장한 옷들은 다 제가 구입한 옷들입니다. 주로 드레스 느낌의 가내복이 많았는데 찰랑찰랑한 느낌의 긴 옷이 많았죠. 국내외의 각종 의류 사이트와 디자이너 선생님들에게 자문을 구해고, 동대문도 다니면서 의상도 찾았어요. 후반부의 레아 스타일 역시 다 제 옷이었죠. 메이크업도 없고 수수한 느낌이었는데 제 20대 옷을 많이 활용했던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 즐겨 차던 시계도 가죽 끈이 삭았던 상태라 기워서 썼어요.”

오랜만의 연기는 그의 의욕을 끌어올렸다. 어쩌면 연기를 더 이상 예전처럼 할 수 없을 거라 여겼을 당시 찾아온 ‘그린마더스클럽’은 그에게 황홀경의 순간도 가져다 줬다. 김규리는 두 순간을 떠올렸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 출연한 배우 김규리가 지난달 26일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서진하로서 남편 루이(최광록)와 감정을 토해내는 촬영이 있었어요. 많은 시간을 울고 난 다음 전화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더 이상 눈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감정적으로 진하가 망가졌으니 눈물이 맺혔으면 했거든요. 그 순간 스태프 분들의 얼굴이 보였던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의 눈물을 대신 흘려주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했죠. 스태프 한 분 각자의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을 텐데, 스태프의 눈물을 지금 흘려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물이 났어요. 작은 기적과 같았습니다.”

초반 서진하로서 만취상태에서 이은표(이요원)에게 붙들려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술은 먹지 않았지만 휘청이는 연기를 해야했다. 마침 촬영 중이던 아파트의 주민들도 나와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김규리의 연기가 끝난 후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는 “마치 무대에서 상을 받은 듯 했다”며 “매번 그런 순간 만 올 수 있다면…”이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회상했다.

“(이)요원이는 1990년대 말에 광고모델도 같이 하는 등 친분이 있었어요. (추)자현이 역시 영화 ‘미인도’를 찍을 때 함께 나왔던 기억이 있었죠. 두 사람과의 인연이 반가웠고, (주)민경 역시 밝고 재밌는 그런 연기를 재미있게 봤어요. 영화 ‘기생충’도 재밌게 봐서 장혜진 선배와의 호흡도 좋았습니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 출연한 배우 김규리가 지난달 26일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김규리의 이름은 그동안 배우로서보다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이미지로 더 두드러졌다. 얻은 것도 많았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지난해에는 소속사도 없었고 작품도 오지 않는 어려움 속에서 그림은 그가 의지를 붙들 수 있는 위안이었다. 그림으로 인해 그의 인생도 좀 더 풍성해졌다. ‘너무 애쓰지 말자,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계획대로 안 가지만 인생에 몸을 맡겨 보자’는 생각이 커졌다.

“출연을 제의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그래서 그 보답을 위해 연기에 몰입했고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봄여름가을겨울’이 있잖아요. 단맛만 느끼면 안 좋으니 다양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즐겨라’, 제게는 ‘그린마더스클럽’은 그런 의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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