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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종이의 집’ 이원종 “정치적 소신? 조금 더 책임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는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 출연하는 배우 이원종. 사진 경성문화사

배우 이원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남자답다 못해 거친 이미지로 악역도 많이 했지만 또 그만큼 악을 응징하는 형사 역할도 많이 했다. 실제로도 그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겉보기에는 ‘터프가이’ 그 자체지만 잘 뜯어보면 그만큼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대중문화 전반이 침체에 빠졌던 지난해 말과 올해도 이원종은 작품을 통해 꾸준히 대중과 만났다. tvN의 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에 출연한 이후 추창민 감독의 영화 ‘행복의 나라’ 촬영을 마쳤고,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의 한국 리메이크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 출연했다. 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난 이원종은 비로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시장이 많이 위축됐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못 한 작품이 너무 많죠. 작품의 성패를 보고 다음 작품을 기획하는데, 개봉한 작품이 적으니 다들 생각만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OTT 작품들은 시장이 활성화가 됐어요. 세계적으로 방송이 되니까 우리 드라마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같은 작품들이 우리의 서사를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 역시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을 통해 처음으로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했다. 오는 24일 첫 공개되는 이 작품에서 그는 극중 조폐국을 급습하는 강도단 중 가장 거친 이미지를 가진 ‘모스크바’ 역에 캐스팅됐다.

오는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 출연하는 배우 이원종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성문화사

“원작에서는 없는 부제목 ‘공동경제구역’이라는 단어가 붙었어요. 왜 ‘공동’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작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또 우리나라만의 특징을 살린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원종의 이름은 모를 수 있어도 그가 한 대표적인 작품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다. 1997년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데뷔한 이후 영화와 연극, 최근에는 드라마를 통해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야인시대’의 구마적, ‘신라의 달밤’ 마천수, ‘쩐의 전쟁’ 마동포 등 주로 악당 역할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냄새를 보는 소녀’ ‘신분을 숨겨라’ 등의 작품에서는 경찰 역도 많이 했다.

“캐릭터만 이야기한다면 지금도 생각나는 작품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인 것 같습니다. 그 한 작품으로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의 모든 것을 배웠어요. 영화 ‘달마야 놀자’의 현각스님 캐릭터도 인상 깊습니다. 영화 촬영 5개월 전부터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 스님들과 공부를 하면서 마음가짐을 다졌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법명인 ‘현각’을 얻게 됐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야인시대’의 구마적은 전형적인 인물이라 표현하기에는 편했던 느낌이 납니다.”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차이가 나 대중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원종도 그렇다. 그는 아내와 두 딸에게도 평소 요리를 많이 해준다. 그리고 여배우들에게도 세심하다. 스스로 얼굴과 덩치가 크다며 “옆에 있는 여배우의 얼굴을 더욱 작게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웃음보를 터뜨린다.

오는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 출연하는 배우 이원종. 사진 경성문화사

그가 배우를 시작한 과정에서도 이러한 야누스적인 면은 돋보인다.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이원종은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행정학을 공부했는데 당시에는 배우에 대한 꿈은 없었다. 그러다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다.

“그때 동아리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하더라고요. 또래의 친구와 ‘술은 많이 먹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탈춤 동아리를 들어갔는데 마침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밥이나 사먹으려고 복도를 가는데 다른 동아리에서 문틈으로 예쁜 여학생이 뭔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 옆모습에 들어오게 된 곳이 마침 연극동아리였던 거죠.”

원래 연출을 하려고 했지만 연기에도 재미를 느꼈다. 그러다 진짜 이 일을 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군대를 다녀오자 마자였다. 하루 종일 근무를 서고 있다 보면 생각나는 건 다른 것보다도 학교 다닐 때 했던 연극들의 대사였다. 제대를 하고 나가면 이 일을 1, 2년 정도 더 해보고 정말 괜찮으면 업으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섰다. 그렇게 배우 이원종이 탄생했다.

오는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 출연하는 배우 이원종. 사진 경성문화사

이원종은 ‘폴리테이너’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선거 때마다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지난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기자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항상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도 50대 중반이 넘어서, 과년한 자녀를 둔 아빠로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회의 어른으로 행동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저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많은 분들에게도 자연스러웠으면 합니다. 그래서 바라는 작품도 지금 우리사회에 깊어진 세대 간, 이념 간의 갈등을 조금 더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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