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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룸 쉐어링’ 매물 보류

영화 ‘룸 쉐어링’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주)엔픽플.

■편파적인 한줄평 : 좋은 소재인데, 깊이가 영.

잠시만, 이 매물은 보류다. 좋은 소재에 착한 메시지를 갖췄지만 깊이감이 영 없다. 나문희·최우성이 호흡을 맞춘 영화 ‘룸 쉐어링’(감독 이순성)이다.

‘룸 쉐어링’은 월세를 아끼려 룸 쉐어링을 신청한 대학생 ‘지웅’(최우성)과 까다롭고 예민한 집주인 할머니 ‘금분’(나문희)이 티격태격 끝에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는 이야기다. 어르신의 여유 주거 공간을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대학생은 소정의 임대료와 말벗 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 공유 사업인 ‘룸 셰어링’이란 소재에 ‘독거인의 삶’이란 주제를 녹여 이야기를 완성한다.

참 좋은 소재였다. ‘룸 셰어링’이란 제도를 통해 생활보호종료아동부터 독거노인까지 다양한 세대의 ‘독거인’들의 삶과 문제를 짚어나갈 수 있었다. 고독사, 이웃 간 대화 단절, 생활보호종료아동의 독립 지원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될 뻔했다.

그러나 단편적인 캐릭터 설정과 갈등 양상, 툭툭 튀는 전개로 깊이감을 잃었다. 괴퍅한 할머니 ‘금분’의 감정 기복은 널을 뛰고, 출생의 아픔을 안고 있는 건실한 청년 ‘지웅’은 금분과 대립하기도 전에 모든 문제에서 쉽게 수긍하고 저자세를 취한다. 갈등에 불이 붙을리 없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극한 갈등까지 치닫는 데에 힘이 약하고, 극적으로 타결하는 계기는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 사이 갈등 관계를 더욱 촘촘히 쌓았다면 캐릭터의 대립 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뻔했다.

주인공들의 층이 얕다보니 주변부 인물들은 기능적인 용도로만 구실한다. 특히 ‘지웅’과 ‘금분’이 서로 마음을 터놓게 하기 위해 긴급투입된 빌런 ‘젊은 차주’는 땅에 발을 대보지도 못한 채 붕 뜬 캐릭터로 전락한다. ‘지웅’의 감정변화에도 관객은 쉽게 수긍하질 못한다. 여러모로 아쉬운 연출이다.

나문희는 존재 자체가 장르다. ‘금분’의 감정선 변화가 다소 무너지는 구간에서도 연기력으로 구멍을 메운다. 눈만 봐도 슬프다는 감정은 그가 켜켜이 쌓아올린 연륜 때문이다.

나문희와 호흡을 맞춘 최우성은 신선한 마스크와 신예치고는 비교적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끈다. 오는 22일 개봉.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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